◎언론보도 인색 현수막도 안걸어/강 총서기의 군부견제 의도 분석지난 1일은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63주년. 그러나 천안문사태직후 치러진 지난해 62주년 기념행사가 성대했던데 비해 올해의 기념행사는 지극히 조촐했다.
지난해 천안문사태진압 유공장병들에 대한 대대적 포상행사관계로 일반인들에게는 전면 폐쇄되었던 천안문광장도 올해에는 완전개방,일반인과 관광객들로 넘쳐 흘렀다. 천안문광장에도,인근 장안대로에도 인민해방군창설 기념일을 알리는 현수막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언론의 보도태도 또한 퍽 인색한 것이었다.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는 물론 1면에 강택민 총서기의 기념식사를 게재했지만 국경일이면 표제글자를 붉은색으로 처리하는 「관례」를 이번에는 무시했다.
여기서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천안문사태이후 정치적 발언권이 높아진 군부를 견제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는 관측통들의 분석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과 국가의 군사위주석직을 겸하고 있는 강택민 총서기는 창군기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TV로 전국에 중계된 연설에서 『군에 대한 당의 지도는 계속 견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에나르크스레닌주의 사상학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하며 부르주아자유주의 사상에 대항하는 정신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군원로중의 한 사람인 섭영진도 창군기념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당에 대한 정치적 충성도가 능력과 함께 군간부 선발에 있어서 주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강총서기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모택동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면서 『총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총구가 누구의 관할하에 있어야 하느냐의 문제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총구의 관리자가 당임을 강조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당국이 창군기념일 행사를 의도적으로 「격하」하고 군에 대한 당의 지도를 강조하는 것은 지난 5월 7대군구개편인사가 양상곤 국가주석과 양백빙 인민해방군 총정치부주임 등 양씨형제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던점을 고려해볼때 극히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당시 7대군구인사개편은 양백빙 총정치부주임이 각 군구사령부를 시찰하면서 단행하는 이례적 형식을 취했다.
사령관ㆍ정치위원 등 7대군구의 14개 보직중 4명만이 유임되고 10명이 교체된 대대적 이 군부개편은 천안문사태를 계기로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선 양씨 형제의 군부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 것으로 분석됐다. 계엄령은 맨처음 지지하고 나섰던 심양군구의 사령관과 정치위원이 모두 유임된 것이라든가 계엄시행에 대체적으로 미온적이었던 북경군구 지도부내에서 계엄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장공 소장이 파격적으로 2단계 특진,북경군구의 정치위원에 임명된 것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국가질서회복을 위해 군부의 힘을 빌려야했던 등소평은 사태가 진정되자 양씨형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당과 국가군사위주석직을 차지하고자했던 양씨형제의 희망과는 달리 두직위 모두를 군부경험이 전혀 없는 강택민 총서기에서 물려준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등은 또한 군부원로세력과 강택민간의 연합전선의 구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89세 고령의 서향 전원수가 민병을 관할하는 중앙군사위인민무장위원회 주임직에 취임한 것도 군부기반이 없는 강택민 총서기를 돕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홍콩언론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양씨형제주도의 7대군구인사개편 결과에 대한 견제장치가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인상을 등소평에게 준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와는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는 기념식 행사와 또 강택민과 섭영진 등이 당의 군부지도 원칙을 새삼스럽게 강조한 것등는 양씨형제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강택민과 양씨 형제간의 군부장악을 둘러싼 다툼은 등소평사후의 대권을 노린 사전준비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천안문사태이후 중국권력구조는 등소평을 정점으로 ▲강택민 총서기를 중심으로한 온건개혁세력 ▲이붕을 중심으로한 보수세력 ▲양씨 형제를 중심으로한 군부세력으로 구분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중 이붕등 보수파세력은 천안문사태로 인한 혼란상태가 어느정도 수습되면서 점차 세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려지의 출국허용,주용기 상해시장을 중심으로한 개혁세력의 보수적 경제정책에 대한 거듭된 비판 등은 개혁세력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회복시켜나가고 있는 증거로 풀이된다.
어느정도 보수파세력의 위세를 꺾었다고 생각한 개혁파세력들은 권력구조의 또 한축을 형성해왔던 양씨형제의 군부세력에 대한 공세를 시작할 필요성을 느꼈을게 분명하다.
군에 대한 당의 지도를 강조한 강택민의 발언은 군부의 정치적 발언권에 대한 한계선을 긋는 명백한 의지의 표현으로 이에 대한 양상곤과 양백빙의 대응이 어떠할지가 주목된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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