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분야지식 전문가버금 긍지/집살돈 쓸만큼 강한 “열정”「우표속에 인생이있고 인류의 역사가 숨쉰다」
지난49년 8월1일 광화문우체국창구 직원이던 이갑진씨(62)와 우표수집가 황우상씨(72) 등 30여명이 모여만든 우표수집가 모임인 대한우표회(회장 김탁중ㆍ64)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취클럽으로 전통과 내실을 자랑한다. 전성기였던 60년대 중반에는 회원이 2천4백여명에 달해 전국각지에 지부까지 둘 정도였으나 현재는 대부분 독자적인 클럽으로 독립해나가고 30대에서 70대까지 4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58년 체신부 우표과계약직사원으로 우표와 인연을 맺어 지난3월까지 체신부에서 우표발행 자문역할을 해온 황씨는 대한우표회의창설산파역으로 「우표박사」로 통한다.
경기고보때부터 우표수집광이던 황씨는 해방후 중구 수하동 자택에서 우표상을 하면서 광화문우체국에 자주 드나들었다. 이곳에서 일제시대부터 우취활동을 하던 수집가들과 친분을 맺은 황씨는 창구직원 이씨에게 『동호인클럽을 만들자』고 제의,우취인 30여명을 모아 대한 우표회를 만들었다.
회원들중 최다우표수집가는 이규봉씨(65ㆍ농장경영). 이씨는 『소장우표가 수십만장에 달한다』고 추정할 뿐 『정확한 숫자는 나자신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이다.
보통학교 3학년때부터 우표수집을 시작,경력이 60년을 넘은 이씨는 구한말때의 우표 55종은 물론 해방후 지금까지 발행된 우리나라우표 1천5백여종을 모두 갖고 있다.
이씨는 이 우표들을 「싱글」(1장)이나 「블록」(4장)형태가 아닌 1백장짜리 전지형태로 소장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48년부터 일본 홍콩 마카오 등지를 상대로 무역업을 하면서 교분을 맺은 해외수집가들을 통해 국내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구한말시대의 우표를 사들였다.
지난69년에 구입한 「산업부흥보통우표파형」 20환짜리 전지(1955년발행)는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희귀본으로 1백장짜리 전지는 1억원을 주고도 살수없다.
세계우취연맹(FIP) 이사인 강윤홍회원(62)은 동물을 좋아해 동물우표만을 30여년간 중점수집한결과 동물의 생태에 관해서는 웬만한 학자에 버금가는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해 주고 있다.
오원섭회원(54ㆍ가톨릭의대교수)은 「농업의 발달사」에 관련된 우표만 1천장 이상을 소장하고 있고 이동성회원(55ㆍ동아출판사 편집부장)은 음악우표만 3천여장을 모으는 등 주제별로 우표를 수집,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갖추고 있다.
창립발기인으로 지난69년 작고한 오지섭씨는 새로 구입한 주택의 중도금을 지불하러 중구 삼각동 앞길을 지나다 구한말시대의 우표를 파는 우표상을 발견,중도금으로 우표를 몽땅사서 후배들에게 나눠준일화는 유명하다.
회원들은 매달 셋째주 금요일 서울 중구 저동에 있는 한식집 「설미옥」에서 월례회를 개최,우표문화의 연구와 우표교환 등을 통해 회원상호간의 친목을 다지고 있다. 창립 25주년인 74년에는 작고한 오씨의 공적을 기리기위해 「오지섭상」을 제정,전국 우표전시회 출품작중에서 최우수작품에 시상하고 있으며,지난1년간 발행된 우표중에서 으뜸가는 우표를 도안한 사람에게 「베스트1상」을 주고 있다.
체신부 우표과장과 서대문우체국장을 역임하고 85년 퇴직한 회장 김씨는 『우리나라 우표수집인구는 60대이상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을 국민학생이 차지하는 기형적인 형태』라며 『우표를 다종다량으로 발행해 회소성이 떨어지다보니 우표수집열기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재학기자>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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