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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 이룬 방북창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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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 이룬 방북창구(사설)

입력
1990.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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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뿐이야』 남한의 혈육을 만난 북한의 노학자는 가슴을 에일 듯한 말을 던졌다. 이산의 혈육은 만나기만 하면 피눈물을 뿌린다. 물보다 진한 게 피라면,이데올로기보다 진한 게 눈물임을 거듭 확인케 된다.분단의 고통이 짜낸 피눈물은 45년의 긴 세월을 말없이 흘러왔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보고 만나야 한다는 열망이 이른 새벽부터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방북신청 첫날 접수창구엔 주름 잡힌 실향의 노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북녘을 바라보는 기대에 부풀었다. 분단의 비극을 뛰어넘으려는 재회와 통일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가를 다시한번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피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운 얼굴,그리운 산하를 찾아 그것을 쏟을 날을 목을 빼며 기다려온 것이다. 뜨거운 만남의 의기를 누구라 막을 수 있겠으며 무슨 힘으로 꺾을 수 있겠는가.

돌아보면 우리 가슴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었다 줄었다 한 게 한두차례가 아니다. 7ㆍ4공동성명이후 흥분과 좌절의 냉온이 교차함을 뼈아프게 겪었다.

그때마다 실향민이나 이산가족은 목이 타고 한숨을 길게 뿜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방북신청의 열기를 보고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또다시 과거의 되풀이는 없어지이다 하는 간절한 기원뿐이다.

분단의 문을 안타까이 두드리는 얼굴들과 소리없는 함성을 북한측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체제의 벽은 높다 해도 민족의 마음으로 이들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우리네 소박한 소망임을 알아주기 바라는 것이다. 북한이 왜 개방에 머뭇거리는가 굳이 채근하고 싶지 않다. 남북이 서로 문을 열어 오간다 해서 쌍방의 우열을 따질 만큼 옹색한 민족감정은 이미 사라졌다고 믿는다. 오랜 분단속에서 민족의식은 오히려 성숙해졌다고 본다.

우리의 관심은 지금 저절로 북한쪽으로 넘어간다. 북행길이 과연 열릴 것인가 묻기에 앞서 평양은 열 생각이 있는가,이것이 가장 궁금하다. 꼭 막을 작정이면 무슨 이유가 없겠는가. 그러니 열 생각이 있으면 아무런 조건이나 단서도 내세울 까닭이 없을 줄 안다. 실향과 이산이라는 인간과 민족의 고통을 생각하면 거부의 이유는 생겨날 수가 없다.

방북신청인들에게도 당부할 바가 있다. 지난날의 경험에 비춰 흥분과 기대를 너무 앞세우지 말고 냉정과 신중을 가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희망이 크면 클수록 성사가 안될 때의 실망도 크다. 참고 기다리는 세월이 얼마나 더 갈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을 이겨내야 감격의 피눈물을 흘릴 그날을 맞이할 수 있다.

남북문제는 논리만으로,또는 감성만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열기와 열망만으로 통일이 앞당겨질 수도 없다. 총체적인 민족의 힘이 하나의 물줄기로 합해져 흘러야 영광의 내일이 현실로 떠오를 것이다.

분단이후 방북신청을 받는다는 사실만도 감격스럽고 경하로운 「사건」임이 분명하다. 물방울이 끝내 바위 덩어리를 뚫듯 세찬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남북왕래와 통일의 터전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피눈물로 분단을 무너뜨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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