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집권… 대이란전 때 이라크에 차관 제공현대판 부르봉왕조의 몰락인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전격 침공으로 쿠웨이트 국왕이 거주하는 다스만 궁전이 이라크군에 점령됐다는 소식이 외신 텔렉스를 타고 전세계에 「지급」으로 타전됐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자비르ㆍ아메드ㆍ알ㆍ사바 국왕(62)의 행방에 쏠렸었다.
얼마후 그는 이라크군이 국경을 넘은 직후 헬기편으로 왕궁을 탈출,이웃 사우디아라비아에 피난처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불과 이틀전만 해도 세계 최대부국의 국왕으로서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알라신에 대한 도전이라고까지 생각됐던 그는 이제 졸지에 모든 것을 빼앗긴 「망명객」으로 전락했다.
국왕의 가문인 알ㆍ사바가는 지난 1756년 아라비아의 오지에서 옮겨온 이후 계속 지배세력으로서의 지위를 누려 왔지만 2백34년만에 최악의 좌절을 겪게 됐다.
「아랍단결 연표에 검은 목요일」「아랍단결의 조종」이라고까지 표현되고 있는 이번 사태는 어떤 측면에서는 그가 뿌린 씨앗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86년 국가재정과 왕가 예산내용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의회를 해산시켜 버렸다. 아랍세계의 유일한 민주적 전통을 꺾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말 동구의 대변혁에 자극받은 반체제 인사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국왕은 지난 2월 그들을 왕궁으로 초대,연쇄회담을 갖고 「대결에서 대화」로의 전환을 표방하며 의회제도 부활의 뜻을 비치기도 했다.
이번에 이라크가 침공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쿠웨이트 혁명세력의 요청」은 바로 이들 반왕정세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28년생인 그는 알무바라키야대를 나와 49년부터 59년까지 아마디 석유지구 총독을 지냈다. 63년 재무상공장관을 거쳐 66년부터 1년간은 황태자의 당연직인 총리직을 수행했었다.
77년 12월 사바왕의 사망으로 78년 왕위에 올라 13대 통치자가 됐다.
80∼88년 이란ㆍ이라크전쟁중 1백50억달러라는 엄청난 차관을 이라크에 제공하는등 이라크를 적극 지지해,친이란 테러리스트들의 국왕차량 폭발기도 등 끝없는 테러에 시달리기도 했다.〈이상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