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국 공동입장없이 방관만/“고유가 재현 싫지 않다”계산도/부채탕감ㆍ영토양여 「전과…」 국제고립 대가는 클 듯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과 사우디에 대한 위협은 상식을 초월한 행위로서 세계평화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 제재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나 사태전개는 일단 이라크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이라크의 침공직후 미ㆍ영ㆍ불ㆍ독 등이 자국내 이라크와 쿠웨이트 재산을 동결시켰고 이라크의 주요 무기공급국인 소ㆍ불ㆍ브라질 등이 무기공급 중단을 선언했으나 이라크는 전혀 이를 개의치않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는 심지어 미국의 제재조치를 대미외채상환중단으로 맞받아치고 나서고 있다.
일부 보도들은 이라크군이 사우디와의 국경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라크가 사우디까지 침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랍 각국은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분주한 외교접촉을 하고 있으나 아직 이라크를 정면으로 규탄하고 나서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벌써부터 서방언론들은 서방의 무기력을 한탄하며 이번 사태가 결국 이라크의 의도대로 전개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을 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들은 이라크가 침공의 사전준비뿐 아니라 사후 대책에 대해서도 완벽한 각본을 갖고 행동에 나섰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서방의 무력감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조지ㆍ부시 미대통령은 최후 수단으로써 군사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전쟁을 확대하지 않는한 미군개입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 군사개입 방법은 쿠웨이트에 정예공정부대를 투입하거나 해군과 공군을 동원,이라크본토를 공격하는 것이지만 그럴 경우 막대한 미국의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군사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이 이미 취한 경제제재조치도 그실효가 회의시 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내 이라크 자산을 동결했지만 5백∼1천억달러로 추정되는 이라크의 해외투자는 주로 유럽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EC(유럽공동체)가 미국과 유사한 제재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EC는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서방 각국이 경제제재에 동조할 경우 이라크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은 확실하지만 이라크는 석유가 상승으로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랍진영도 이번 사태에 대한 공동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공동방위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페르시아만협력기구(GCC) 5개동맹국들은 현재까지도 쿠웨이트의 간절한 원조요청에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GCC의 대부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맺은 상호 불가침조약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군이 사우디마저 침공할까봐 전전긍긍한다.
리비아는 『쿠웨이트는 석유과잉생산으로 침략을 자초했다』며 오히려 이라크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처럼 아랍각국이 아랍형제국가간의 침략이라는 이 초유의 사태를 방관만 하는 까닭은 우선 이라크의 막강한 군사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만 이번 사태의 결과가 결코 그들에게 무익하지만은 않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번 사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도권은 고유가를 주장하는 강경파가 장악할 것이 확실하며 이에 따라 70년대와 같은 고유가시대가 도래하면 아랍은 잃었던 황금기를 되찾게되는 것이다.
이라크와 8년전쟁을 벌인 이란은 이같은 계산에서 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을 묵인하는 인상이 강하다. 따라서 아랍진영은 원상회복을 주장하기보다는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철군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매듭지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역시 쿠웨이트에 새로운 괴뢰정부를 수립하고 철수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라크는 쿠웨이트 왕정이 전복되고 「임시자유정부」가 수립됐다고 발표했지만 이 새정부의 정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당초 이라크는 혁명세력인 「임시자유정부」의 요청에 따라 군대를 파견했다고 강변했지만 현재까지 쿠웨이트에 반왕정 쿠데타가 있었다는 조짐은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
이처럼 이라크침공후 이틀이 지나도록 소위 혁명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이나 2일 「임시자유정부」가 발표했다는 성명이 쿠웨이트에는 없는 주파수를 통해 방송된 점등을 고려할때 이라크가 만든 유령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괴뢰정부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또 그렇더라도 괴뢰정부에 대한 쿠웨이트인의 저항이 있을게 분명한 만큼 이라크군의 철수도 예상보다 늦어질 것 같다.
또한 모든 군대가 완전철수하기 보다는 수도와 주요 유전지대에 일부 병력을 남겨두고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새로운 괴뢰정부를 통해 그들이 주장해온 ▲1백억달러의 부채탕감 ▲부비얀섬등 일부 영토양여 ▲새로운 차관제공등의 요구조건은 쉽게 얻어낼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라크의 시나리오는 미국등 세계각국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 언제 무산될지 모르며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라크는 국제적 고립이라는 대가를 상당기간 치르게될 게 분명하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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