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안팎에 잔잔한 파문/“사회곳곳 전제군주 행태로 갈등”/정치ㆍ관료ㆍ기업인 냉혹하게 비판/일부 논리비약불구 경제인들 공감확산기업체 임원이 쓴 한권의 책이 서점가는 물론 경제계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멍청한 정치 넋빠진 경제」라는 책제목이 암시하듯 곳곳에서 우리 정치와 경제현실을 가혹하리만치 신랄히 비판하고 있는 이 책은 일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경제인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유영준 대우전자전무(사진ㆍ동경사무소담당)가 상공부관리를 역임한 탓에 관료조직에 대해서도 매서운 비판을 서슴지않고 있는데 그는 『우리국민 모두가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 마음 새 자세로 국가를 일으키는데 이바지해야한다는 취지에서 이 책을 쓰게됐다』고 동기를 털어놨다. 우리경제를 이 지경에 빠지게 한 장본인중의 하나가 정치인이라는 생각에서 정치문외한이면서도 책의 상당부분을 정치체제와 정치인을 비판하는데 할애했다는 유전무는 『정치가 멍청해도 이만저만 멍청한게 아니다』라며 우리나라가 이단계에서 도약하려면 정치부터 내부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국이 바뀌고 국민의 의식수준이 달라졌는데도 정치체제는 여전히 전제군주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바람에 사회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는 유전무는 정치계가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다면 현역 정치인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할때라고 밝혔다.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9대재벌이 국민총생산의 60%를 차지하고있는 「재벌왕국」풍토에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있는 그는 『재벌역시 전제군주체제에서 탄생했으나 이체제가 흔들리면서 재벌도 갈팡질팡하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기업내부에서도 전제군주적인 독재체재가 잔존하는한 기업의 비약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유전무는 현재의 모든 제도가 독재체제에서 만들어져 정치ㆍ경제ㆍ사회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현실을 외면한 모든 제도부터 과감히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분야나 사람을 잘 써야한다』고 강조하는 유전무는 『관료체제나 기업에서 멍청한 사람이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이 더 큰 문제』라고 관료조직과 기업조직을 한꺼번에 비판하고 현재의 경제위기도 상당부분 사람을 잘못 쓴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쓰기위해 15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틈틈이 메모를 해왔다는 유전무는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상공부에서 전자공업과장까지 역임했는데 그를 아는 현역 상공부관리들은 『워낙 뛰어난 사람이어서 전자공업분야에서 그와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 전자공업이 짧은 기간에 이만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세운 전자공업육성시책이 큰몫을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는 『일본이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지 8년만에,전화를 발명한지 2년만에 자체개발에 성공했으나 8년과 2년의 기술격차를 좁히는데 1백년이 걸렸다』며 『우리가 일본이 만든 제품을 2∼3년후에 만들었다고 해서 기술격차가 2∼3년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주장,우리산업의 기술수준이 유치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또 기술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본이 아직도 기술료 수지면에서는 적자상태에 있다며 우리도 자력개발능력을 갖기 전까지 기술도입에 인색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드럽게 쓰려고 노력했는데도 책을 읽은 친구들로부터 그런 글을 쓰고도 몸이 성하냐는 농담을 듣는다』는 유전무는 아직도 할말이 많은 표정이다.
상공부를 나올때 「기업에 손을 벌리지않고 내힘으로 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그는 대우실업이사로 들어갔다가 대우가 전자를 시작하지 않아 전공을 살릴 수 없다며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84년 대우전자로 자리를 옮겨 기획ㆍ기술도입ㆍ품질향상분야를 맡아왔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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