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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할말좀 하고살자”/사랑의 전화 주최 노인모의국회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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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할말좀 하고살자”/사랑의 전화 주최 노인모의국회 성황

입력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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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여명참석 「아들에도 못했던얘기」털어놔/“요즘정치 큰일”걱정/“대통령에 복지호소 편지”아이디어도핵가족시대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은 불만도 많고 할말도 많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전화(회장 심철호ㆍ50)가 사랑의전화ㆍ노인전문병원 개원 1주년기념으로 1일 개최한 「노인모의국회 난장토론회」에서는 노인들의 불만과 요구가 마구 쏟아졌다. 이날 하오1시부터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사랑의전화 종합사회 복지관 지하2층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2백여명의 노인이 참석,3시간여동안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말을 토해내며 노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성우 구민씨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노인들은 냉방도 안되는 무더위로 비지땀을 흘려야 했지만 고독과 소외감을 이길 수 있었다.

노인들은 발언자들이 평소느끼던 갖가지 불만을 털어놓을 때 박수를 치며 공감을 표시했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얘기가 나올 때면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됐던 토론회는 노인들이 다투어발언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더 걸렸다.

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소장이 주제발표를 통해 『이 자리는 자식이나 며느리에게도 하지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라며 『60세이상 노인 3백20여만명을 대표한다는 생각에서 기탄없이 발언해달라』고 주문한 탓인지 청중석에 앉은채 마이크를 받아 자기생각을 말하는 노인들도 많았다.

맨처음 발언대에 오른 할머니는 『며칠전 아들부부가 피서를 가면서 위험하다고 가스도 끊고 가버렸다』 며 눈물을 글썽였다.

또 한 할아버지는 『노인부양자에게는 경로수당이 나오는데 월급에 포함돼있어 실제로는 우리노인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서 그 수당을 노인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할것을 요구,박수갈채를 받았다.

조영애할머니(67)는 『단돈 1백원씩이라도 노인복지세를 거두어 노인연금을 줄수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할머니는 『백화점에서 옷을 사려고 하면 시장에 가보라고 천대한다』며 『남대문노점상에나 가야 노인옷을 살수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자 다른할머니가 이를받아 『노인들이 입은 옷을 보면 며느리가 사준것인지 딸이 사준것인지 금방알수 있다』고 소리쳐 폭소가터졌다.

한 할아버지는 청중석에 앉은채 마이크를 받아 『요즘 정치인들과 시국이 난장판』이라고 큰 소리로 비난했다.

노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구순만할아버지(71)는 『우리가 1백원씩 모아 우표를 사서 대통령에게 노인복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수천수만통씩 보내자』고 호소하면서 『자식과 사회에 의지하려고만 하지말고 거리청소 등을 솔선해서 하면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이 끝날즈음 초청자로 참석한 연세대 윤진교수(45ㆍ심리학)는 『노인여러분은 불만이 있을 경우 연서로 탄원서ㆍ호소문 등을 써 적극적으로 관청을 찾아다니는 훈련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할아버지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인용,젊은 이들의 나쁜점만 보지말고 좋은 점을 찾아내 칭찬부터 해주는 습관를 기르자고 호소해 한동안 열띤 박수를 받았다.

노인들은 토론회가 끝난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않고 인사를 나누거나 1층 휴게실에서 음료수를 함께 들며 고독과 소외감을 서로 달래주었다.

사랑의 전화는 이 토론회개최를 노인전문병원 회원들을 중심으로 홍보해 왔는데 앞으로 매달 1일에 노인모의 국회를 열어 노인들의 자유발언을 수렴할 계획이다.<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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