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개헌문제가 정계의 책임있는 사람들 입에서 거론되어 나온다는 사실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국민의 입장에서는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내각제개헌문제가 여당안에서 시도 때도 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많은 국민들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받고 있는 터에 이번에는 평민당이 부통령제및 결선투표제 개헌문제를 들고 나와 국민을 당혹시키고 있다. 개헌시비에 대한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평민당은 부통령제및 결선투표제 도입이 6공화국 헌법개정 때부터의 평민당 주장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개헌발언이 민자당의 내각제개헌에 대응해 내놓은 것이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의 공약사항이라고 해명을 하고 나섰지만 민자당의 내각제개헌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는 평민당이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서 또 다른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인지 우리로서는 이해가 곤란하다.
지난번의 파행국회 운영을 이유로 야당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서까지 제출해놓고 있는 데다가 그 여파가 정치부재 현상으로 이어져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이 마당에 정치인들이 무슨 낯으로 또 무슨 속셈으로 정치와 개헌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는 것인지 참 딱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개헌문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다음 선거를 겨냥한 준비공작의 하나이며 정권의 유지ㆍ교체와 직결되어 있는 중요사안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에 의한 개헌발언은 그 형식이 어떤 것이 되었든간에 분명히 선거공약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서 상당한 무게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되도록 내각제개헌 문제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려는 계산이나,반대로 김종필최고위원이 기회있을 때마다 내각제개헌의 필요성을 공언하는 속셈이나 모두 차기 정권의 향방과 관계된 것이라고 볼 때,같은 맥락에서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발언도 정권교체의 가능성과 직결된 정치적 포석이라고 보아 과히 틀리지 않았을 줄로 안다.
문제는 왜 이 시기에 제기하지 않아도 될 개헌문제를 발언하여 또 하나의 정치풍파를 조성해 내었느냐 하는데 있다. 설마 김총재의 개헌발언 진의가 개헌문제를 양성화함으로써 정국을 개헌정국으로 유도하려는데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지만 부통령제의 부활이 야권통합과 관련,지역간 형평책의 일환으로 제기되었거나,내각제개헌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의도적 발언이었다고 한다면 그 의도는 약간 목적하는 바에서 빗나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통령제가 야권통합 단계에서는 얼마간 효력을 가질지 모르나 정치전반에 걸쳐서는 대체로 국민의 호응을 받을만한 것이 되지 못하고 또 내각제 개헌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었다면 효과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 꼭 헌법탓 만이 아니라고 본다면 정권과 직결된 개헌문제는 좀더 신중히 다루어져야 하고 쉽게 거론되어서는 안될 성질의 것이라고 믿어진다. 당분간 개헌문제는 덮어두고 정치정상화나 서둘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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