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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군/미군/“통독ㆍ데탕트바람이 차다”(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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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군/미군/“통독ㆍ데탕트바람이 차다”(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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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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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편입… 70% 옷벗어 동독군/군축구체화 전직 우려 미군「모두에게 좋게 부는 바람은 없다」라는 서양의 속담을 요즈음 동독군과 미군처럼 실감나게 느끼는 경우란 없을 것이다. 89년후반기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데탕트바람과 통독열풍은 평화를 바라는 세계의 모든이에게는 훈풍이겠지만 동독군과 미군에게만은 뜻하지 않은 「삭풍」이나 다름 없다. 지난 16일 고르바초프­콜회담에서 「통독군 37만」이 합의됨에 따라 현재 17만 병력의 동독군중 60∼70%가 통일이후 군복을 벗지않으면 안되게 됐다. 또한 레이건 행정부 당시 평화시로서는 최대규모의 군비증강정책추진으로 2백10만명까지 늘어난 미군도 「냉전종식」이 정착됨에 따라 병력감축문제가 논의의 차원을 넘어서 본격적인 실행단계로 접어들었다.

충성을 바쳐왔던 「조국」이 사라지게된 동독군이나 모병제에 의해 「의무」로서 보다는 「직업」으로서 군에 들어온 미국군에게 있어서 입장과 처지는 다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강도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동독군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6만여명의 장교들은 고르비­콜회담에서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이 사실상 확정된 직후인 지난 20일 각 기지별로 새로운 충성맹세의식을 거행했다. 통독이후에도 94년말 소련군이 완전철수 할 때까지는 동독영토에 있는 군대는 나토의 지휘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어 이 행사는 다소 성급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독군의 지휘부가 서둘러 이 행사를 치른것은 동독군의 미래에 대해 칼자루를 쥔 서독이 동독군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의구심을 다소나마 해소시키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베를린교외 슈트라우스베르크의 동독군사령부에서 있은 행사에서 동독군총참모장 테오도르ㆍ호프만제독은 이 충성맹세의식으로 동독군은 왕년의 적대동맹기구였던 나토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되었다고 강조했다. 라이너ㆍ에펠만 군축국방장관은 본정부는 최소한 17만 동독군중 7만여명을 통독군 37만명에 편입시키는 것이 「공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통일이후 동독군장교들중 몇%가 계속 군에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만큼이나 자신도 확신이 없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의식했음인지 에펠만장관은 자신과 동독군장교들간의 차이점이라면 자신은 언제라도 루터교회의 목사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동독군장교들이 에펠만장관의 농을 흔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나토와 서독군부의 입장이 동독의 「희망사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

나토의 한 관리는 아무리 충성서약을 했다해도 25년이상 복무한 동독군장교들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편입대상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퇴역한 서독국방부의 관리인 로타르ㆍ륄은 직업군인 1만5천∼2만명을 포함,통독군에 편입될 동독군은 최대한 5만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몇몇 서독 정치인들은 55년 서독군이 창설될 때처럼 시민위원회를 구성,통독군에 편입될 고급장교와 군속들을 심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3월18일 동독총선에서 우파가 압승하기전까지만 해도 고급장교의 거의 대부분이 공산당원이었고 또한 이들중 상당수가 이제는 해체된 동독비밀경찰 슈타시와 관련을 맺고 있었다. 따라서 시민위원회가 구성되어 엄격한 심사라도 실시하게 된다면 탈락폭은 서독군부의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미군도 군병력 감축을 위해 이번 가을부터 전장병에 대한 심사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전부터 있어왔던 과도한 국방예산에 대한 논란이 베를린장벽붕괴이후 더욱 거세진 끝에 구체적군축움직임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현 2백10만의 미군병력중 5년안에 3분의 1을,10년안에 2분의 1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군인들이 조기퇴역에 따른 혜택을 받기위해 미리 퇴역을 자원하기도 하지만 조기퇴역은 대부분의 의사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또는 안정된 직업을 갖기위해 군대에 입대했던 사람들에게 이러한 군축움직임은 충격적인 것이다. 대다수의 군인들은 지난해까지만해도 퇴역의 조건이 되지않았던 인사기록상의 문제가 올해와서는 퇴역요건이 된다는 사실에 공공연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가계보다는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문제가 우선이라는 인식때문에 군병력감축의 필요성에 대해서 군내부에서 조차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불만을 토로하는 장병들도 군을 「평생직장」으로 여겨온 자신들의 처지를 감안,일방적으로 결정된 퇴역조건을 보다 완화하기를 희망하고 있을 뿐이다.

민간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군인출신들을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며 마약등과도 무관한 우수한 인력으로 간주하지만 군에서 획득한 지식이 곧바로 기업체에 활용될 수는 없다.

특히 공군이나 해군과는 달리,기계 혹은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육군에서는 병력감축이 훨씬 대폭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이 군에서 습득한 지식은 군문을 떠나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특히 포병출신과 보병출신의 경우,새직장을 찾는 문제는 심각하다.

냉전기간동안 서로 상대방의 총구를 두려워했던 동독군과 미군은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군축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려워하는 기묘한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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