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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이민 받느냐 마느냐” 고민(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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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이민 받느냐 마느냐” 고민(세계의 창)

입력
1990.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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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부족ㆍ인종갈등서 딜레마/동구권의 유휴인력흡수에 기대출산율저하와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에 직면해 있는 서유럽각국이 이민증가로 인한 인종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대량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유럽공동체(EC)12개국중 강한 가톨릭전통으로 낙태가 금지돼 있는 아일랜드를 제외한 11개국 모두가 세계성인여성 1명당 평균출산율인 2.1명에 못미치는 저조한 출산율을 기록,90년대 중반이후에는 인구의 노령화로 심각한 노동력부족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가족제도의 전통을 가진 이탈리아와 스페인조차도 90년도에 각각 1.29명과 1.30명의 출산율을 보여 EC12개국중 가장 낮은 인구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완성된 EC의 인구문제보고서에 의하면 EC에는 이미 50세이상의 노년층이 1억명을 넘어섰으며 이같은 노령화추세는 한층 가속화돼 90년대말에는 인구피라미드의 역전현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경우 현재 15세이하보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EC통합이 완료될 예정인 93년까지 EC각국은 저렴하고 생산성이 높은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공동모색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영국의 한 사회학자는 『유럽인들이 외국이민을 반대하고 있지만 부족한 노동력의 해결은 더이상 미뤄둘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3억2천7백만명의 EC인구중 1천2백만명은 60년대부터 유입된 이민1세이거나 그들의 후손들이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아시아ㆍ아프리카 및 카리브해연안의 과거 식민지에서 이민을 받아들였고 동독도 베트남과 쿠바에서 많은 노동자들을 받아들였다. 이같은 외국인의 대량이민은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증가시키겠지만 값싼 노동력이 갖는 경제성과 생산성은 EC각국으로 하여금 이민정책을 계속 추진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 것이다.

사실 유럽이민이 본격화된 60년대이후 서독ㆍ프랑스등에서 반이민데모가 빈발,이민규모가 급속히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에 접어들어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유럽의 실업률도 점차 낮아져 값싸고 생산성이 높은 외국노동력의 유입을 제한할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지금까지 남성노동인구의 노령화부족상태를 어느정도 보완해온 여성노동력도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데다가 유럽이민 1세의 인건비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EC각국이 외국인노동자들의 이민을 계속해서 허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농장일이나 식당접시닦이 또는 거리청소부등 잡일도 마다하지 않던 외국이민 1세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근로조건이 보다 좋은 직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향후 30년이내에 EC각국의 인구구성은 저조한 출산율로 인해 전체인구중 3분의 2내지 4분의 3이 노동이 불가능하거나 노동생산성이 제로에 가까운 노년층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C각국의 이민추가 허용방침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나라는 최근 급속한 정치민주화와 경제개혁의 와중에 있는 동구권국가들이다.

60년대에는 아시아ㆍ아프리카지역에 있는 제3세계국가의 비중이 적지 않았으나 80년대 이후에는 인종적 편견정도가 비교적 낮은 폴란드ㆍ루마니아ㆍ유고 등 동구권이민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서독의 경우 지난 7월1일 동 서독 사회ㆍ경제통합이 실현되고 이에 따른 통독절차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실업상태에 있는 동독의 유휴노동력으로 서독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C각국은 동구권국가의 이민을 받아들임으로써 동구의 국내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한편 EC는 노동력부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C의 한 노동문제전문가는 『앞으로 매년 노동력부족상태가 심화돼 외국이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제,『이제 문제는 이민을 어떻게 규제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이민을 유럽사회에 여하히 적응시켜 사회적 통합을 이룩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필요악으로 등장한 외국이민을 유럽이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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