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국민 주민들간의 진정으로 마음을 연 통일논의는 여전히 꿈이요 이상인가. 이른바 범민족대회 제2차 예비회담 접촉을 둘러싸고 최근 수일간 판문점을 중심으로 벌어진 남북간의 숨바꼭질은 통일에 관해 여러가지 일들을 새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무엇보다 북한은 예나 이제나 겉으로는 온갖 미사를 늘어놓으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통일문제를 붉은 전략에 철저히 이용하고 있음을 국민과 해외동포들에게 그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남북간의 성사가 그렇게 손쉽게 이뤄질 것이라는 안이한 기대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가 하는 것도 생생하게 우리에게 환기시켰다.
당초 88년8월 남한 재야세력의 집결체인 민통련이 범민족대회를 제의했을 때는 그런대로 순수한 동기에서였다. 즉 40여년이 넘도록 남북이 하나가 되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 양측의 정권담당자들이 통일문제를 정권안보용으로 이용했다고 지적,남북의 순수 민간인대표들이 휴전선에서 만나 가슴에 맺힌 통일의 한을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측의 편의제공과 안내에 따라 서울 예비회의 참가를 약속했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남한 정부의 간섭」이라고 생트집,불참으로 번복한 것은 그들의 계산이 빗나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이 철석같이 믿었던 전민련이 그 보다 앞서 남한정부와 대회참가제한 철폐및 회의진행의 협조에 합의한 것에 크게 당황한 것이다.
이번 불발소동과 관련,납한측 준비본부인 전민련도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이번 모임이 애끊는 국민의 통일염원을 조금이나마 구현시킬 밑거름이라고 생각했다면 장소와 안내를 그토록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정부의 간여를 배제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회의에 간섭을 용허하는 것이 아닌 만큼 모든 것을 양보해서라도 북의 대표가 오도록 했어야만 했다. 또 하나 전민련이 북한의 회의에 대한 전략과 저의에 너무 순진하게 대응하지 않나하는 점이다. 도대체 북한 대표단중 과연 민간단체각계대표가 있는가. 잘 알려진대로 대부분 김일성독재체제하의 당정관계중진인사들 아닌가. 결국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북쪽의 정부관계자와 회의를 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해외동포들의 대표라는 인사들도 그렇다. 어떤 기준에 의해 누가 선출한 대표들인가. 대부분 지난날 해외에서 반정부 반체제운동의 경력이 곧 통일의 주역으로 자처하는 바탕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통일문제는 국내 국외 어디에 있건 누구의 독점물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 통일문제는 온겨레의 숙제인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도 이번 북한대표의 불참에 따른 혼선을 야기시킨데 대해 전혀 무관한지에 깊은 성찰이 있어야겠다. 7ㆍ20자유왕래선언 정신에 따라 서울 예비모임에 북한 참석을 허용한 것은 타당하지만 당초 전민련과 회의진행에 협의하기로 했다면 회의장과 숙소,교통및 경호등 이번 남북교류의 대원칙을 분명히 주지시키고 다짐했어야만 했다.
범민족대회를 둘러싼 실랑이는 곧 2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북한은 전민련과 해외대표들에게 오는 30ㆍ31일 평양에서 제3차 예비모임을 갖자고 한데 대해 우리측은 당초 전민련과 합의한 대로 모든 단체대표들이 폭넓게 망라된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북행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성사여부에 관계없이 혼선만은 다시 없어야 겠다.
북한은 서울 예비회의에 자신들이 참가를 못한 것을 남한정부의 방해때문이라고 못박고 「후과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협박함으로써 오는 9월초 남북 총리회담도 필요에 따라 무산,연기할 뜻을 비치고 있다. 저들 스스로 민간의 통일논의를 정부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진짜 속셈을 엿보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측은 들뜨지 말고 보다 신중하게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