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규칙의 부재가 노사의 안정을 흔드는 일이 흔히 있다. 서로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룰을 찾는 노력보다 강행의 목청부터 높이고 나선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우선 대립적 양상을 빚고나서 해결방안을 어렵게 모색하며 고심한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자주 생긴다.근로기준법이 고쳐짐에 따라 법정근로시간이 종래의 주 46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오는 10월 실시에 앞서 경제단체협의회는 노동시간이 단축된 만큼의 임금을 깎는데 기업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였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노조의 교섭요구가 있어도 응하지 말자는 것이다.
노동계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을 리가 없다. 노총이 즉각 반격에 나서,감액금지규정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아직은 신경전 단계이긴 하나 막상 실시에 임박해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지 벌써 우려가 앞선다.
우리 경제사정과 더불어 근로환경은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부딪치고 있음은 알만큼 알려져 있다. 수출과 제조업의 부진,이런 가운데 구인난이 겹쳐 생산현장은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가 하면 근로의욕의 감퇴현상이 두드러져 힘든 노동이나 제조업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따라서 사용자는 그들대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또 더욱 향상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법정근로시간 단축과 감봉이 아무 타협없이 대립상을 빚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가 않다고 할만하다. 노사관계 안정의 버팀돌은 생산성 향상과 민주성의 보장이다. 사는 생산성을 추구하며 노는 민주성을 기대한다. 근로시간단축의 취지는 노동자에게 적정한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자는데 있음은 상식에 속한다. 반면 경제적 난국을 맞아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마이너스의 부담이 있음도 부인못할 사실이다.
이만한 이율배반적 현상은 타협에 의해 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어진다. 무엇보다 정부가 확실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함이 긴요하다. 노사관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제3자의 입장에 서서 룰을 제정하고 중립적인 이해조정자의 몫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임금체계의 성격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월급의 개념이 노사에 의해 어떻게 받아 들여지고 있나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생산성 향상을 기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룰을 제시함이 놔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정근로시간 단축과 임금감액의 대립 불씨가 더 확산되는 것은 산업평화를 위해 극력 막아야 한다. 일방적인 강행 결정은 잠잠해진 노사문제에 기름을 붓는 격일 뿐이다. 정부와 노사는 타협의 실마리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해선 안될 것이다. 이 정도의 어려움은 합리적 룰의 확립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보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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