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왜 불신받는지를 현역장성이 스스로 솔직히 자문하는 내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육본발행의 공식간행물인 계간지 「육군」 여름호에 실린 「군위상 확립의 길,새 위상정립에 대한 인식의 출발」이란 제목의 기고문이 그것이다. 현역 소장인 필자는 그 글에서 『군이 그간 국가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음에도 군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굴절되고 부정적이며 불신이 팽배하여 좀처럼 씻겨지지 않는 골이 파여있음을 숨길 수 없다』고 전제,다섯가지 원인을 꼽았다. 또한 이같은 내용에 대해 여타의 군장교들은 군개혁의 당위성을 대변한 것이라며 전폭적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이같은 일련의 군내부 자성움직임은 우선 환영할 만한 일로,군의 체계전면개편을 단행하려는 시점이어서 그 시기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군의 외형적 변화와 함께 반성과 새로운 사명인식으로 내부적 개혁도 아울러 도모해야 한다는 바람직한 지적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무릇 새로운 인식이나 개혁의 출발은 과거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따가운 교훈을 얻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법이다. 그 글의 필자가 군이 불신받아온 원인으로 5ㆍ16사건과 5ㆍ17사태등 군이 정치에 개입했던 우리의 불행한 과거를 과감히 지적한 부분은 괄목할 만하다. 이것은 일반국민의 군에 대한 사시의 근원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창군초기 좌익세력 소탕과정에서의 무고한 국민의 인명과 재산피해,자질부족및 전문성결여,일부간부들에 대한 인상,과거의 군의 각종 부정과 비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구타와 같은 악습잔존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솔직히 지적한 것도 앞으로의 군의식개혁이나 잔존해있는 군사문화 청산을 위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는 언제나 군을 바라보고 군의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국군이란 말이 함축하고 있듯이 오늘의 민주사회 군대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군대여야 하고 국민의 군대일 수밖에 없다는 못박음인 것이다. 국민 개병제도의 자유사회에서 국민과 군은 다른 신분이나 조직이 아니라 맡은 역할에 따라 구분되는 분신일 따름이고 그래서 국군인 것이다.
군사학에서 국민보다는 일당독재나 특정개인만을 위해 있는 군대를 흔히 당군이나 사병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국민의 안녕과 국가안보를 위해 제한 허용된 특수조직과 막강한 힘을 무소불위로 사용,군대에 대한 인상을 굴절시키고 곧잘 엄청난 피폐마저 끼친다. 그들 스스로를 국민과는 다른 힘있는 특수조직이나 신분으로 착각하며 권력을 장악하고,그래서 모든 것을 힘으로만 해결하고 모든 현상을 적과 아군의 이분법적인 흑백논리로 재단,파행적인 군사문화의 해악을 남기게 되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민주사회가 설땅도 좁아지는 것이다.
오늘의 자유세계를 군사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민주화된 군의 시대이자 군축과 군비통제라는 변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국민을 도외시,절대권력과 군비확충에만 열중했던 독재ㆍ공산체제의 어이없는 몰락을 오늘날 우리는 생생히 보고있고,체제대결이 퇴조하면서 군사력의 기준도 어느덧 파괴력보다는 억제력에 맞추어지고 있는 흐름인 것이다.
하지만 군을 대신해 나라의 이익이나 국민의 생존을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음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분단의 고통과 안보상의 위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제위치와 할 바를 투철히 인식하고 있는 절도있고 정예화된 국군의 존재란 더없이 믿음직스럽고 고마운 것이 아닐 수 없게 된다.
군내부에서 보이는 오늘의 자성과 공감움직임이 이같은 정예민주국군의 길로 가는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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