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공화국은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하고 「독일 국민은 침해할 수 없고 또한 양도할 수도 없는 인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유민주적 체제를 지키려는 이같은 강한 의지속에서 서독헌법은 그제 18조에 색다른 조항을 담고 있다. 「누구든지 자유민주적인 기본법질서를 공격하는 목적으로」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남용할 때에는 「기본권을 상실한다」고 못박은 게 바로 그것이다. 말하자면 불가피한 경우의 기본권 제한을 별도 법률로서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헌법속에 규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독은 굳이 국가보안법같은 것이 없이도 기본체제를 여유있게 지켜온 것같다. 지난 23일 남북한간 자유왕래를 허용하자는 우리측 제의에 북한은 국가보안법 철폐등을 또다시 조건으로 내세웠다. 법체제및 정치범문제를 토의하자는 제의엔 그곳에는 「남조선의 국가보안법같은 것이 없으며 체포ㆍ투옥된 애국인사도 없다」고 또 거절했다. 해묵은 국가보안법 시비가 지금껏 대화거부의 구실이 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독과 동독의 재통합과정에 나타난 여러 현안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지금 상태로라면 독일이 통일되면 그동안 서독의 기본질서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동독 비밀기관원등은 서독형법에 의해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서독당국은 이 문제를 통일환경에서 민족화합차원으로 부드럽게 해결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중이라고 한다. ◆서독대사관 당국자에 의하면 이미 상당수의 전직 동독 비밀경찰 요원들이 편지나 기타 여러가지 방법으로 서독당국에 자수한 성급한 사례들도 있다고 전해진다. 서독은 그런 형법을 가졌고 또 기존체제를 굳게 다짐하는 헌법을 가진 채로 통일에의 길을 당당히 걸었다. 물론 양독과 한반도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남북 대화진전을 추구하면서도 의연히 지켜야 할 바를 지키는 데엔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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