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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침체 여파 여의도유흥가“썰렁”/투자자ㆍ직원 발길끊겨 크게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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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침체 여파 여의도유흥가“썰렁”/투자자ㆍ직원 발길끊겨 크게 타격

입력
199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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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룸살롱등 폐쇄ㆍ이전 잇달아/「씀씀이」감당 못한 증권사 여직원 밤업소근무 물의도○…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며 지난해까지 증시호황으로 흥청망청했던 서울 여의도가 올들어 계속된 증시침체로 시름시름 앓고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날새는지 모르고 비싼술을 마셔대던 증권사직원들과 투자자들로 불야성을 이뤘던 모습은 간데없고 썰렁하고 음침한 밤거리로 변했다.

일부 유흥업소의 경우 아예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거나 영업시간을 단축,각종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했던 지난해와 대조적인 모습.

물론 유흥업소 영업시간단축과 정부의 사정활동강화,통화긴축등으로 잇따라 타격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증시침체로 증권사직원 및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데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최근들어 증권사들이 감량경영에 적극 나서면서 여의도일대 유흥업소들의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고있다.

○…여의도에서 일을 하는 증권관계기관 및 증권사직원들은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18개증권사의 본점이 여의도증권거래소일대에 밀집해있다. 또 한국 대한투자신탁이 인근해있고 증권유관기관인 증권감독원 증권업협회대체결제 증권전산 증권금융이 역시 여의도에 자리해 이들 직원만도 1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또 증권투자를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투자상담사와 일반투자자들도 상당수 매일 여의도를 찾고있다.

결국 증권사 증권관계기관 증권유관회사직원과 일반투자자등 증권과 관련된 유동인구가 여의도유동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지난해 증시호황기까지만 해도 하루에도 수만명이 여의도를 찾았지만 올들어 발길이 뜸해졌다. 그나마 찾는 고객들도 증시침체로 씀씀이가 크게 줄어들어 여의도일대 음식점,다방,술집주인들의 한숨만을 자아내고 있다.

○…25일까지 부가가치세 신고를 받은 여의도세무서에서는 직원들과 납세자들사이에 적지않은 언쟁이 벌어졌다. 업소주인들은 한결같이 증시침체로 장사가 안되니 세금을 줄여달라고 하소연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여의도특유의 스타일인 룸살롱식 고급카페에는 초저녁만되도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투자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과 증권사직원들로 가득차 미리 예약하지않고는 여의도에서 술마시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카페마다 어쩌다 술마시는 손님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S카페 주인 김모씨(30ㆍ여)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손님이 너무많아 힘들어서 장사못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나 이제는 손님이 없어 장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최근 장사가 안돼 여의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긴 업주도 적지않다며 음식가격이 비교적 싼 대중음식점은 그럭저럭 운영이 되지만 고급음식점 및 술집은 대부분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라고 밝혔다.

C음식점주인 이모씨(42)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일일 매상이 2백만원을 넘어섰으나 올들어서는 50만원을 넘어서는 날도 별로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최모씨(36)는 『전에는 여의도에서 업소를 운영하기위해 점포를 구하는 손님이 줄을 이었으나 올해에는 점포를 내놓는 손님이 연일 찾아드는등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D증권의 경우 지난해까지 점포당 매월 5백만원씩 지급하던 접대비를 올들어 3백만원으로 줄이는등 감량경영에 나서 결국 여의도일대 음식점 술집등에 주름살을 안기고있다.

이증권회사 박모대리(30)는 『전에만해도 투자자들의 권유로 점심식사때에도 술을 마시는등 매일 흥청망청했다』고 회고했다.

박씨는 투자자들과 술을 마시지않는 날은 직원들끼리 연일 오르는 주가로 환영술자리를 가지곤 했지만 요즘에는 술먹는 직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S증권직원 최모씨(28)는 『지난해까지 호황으로 매일 양주만 마시는등 소비규모는 커졌으나 올들어 임금은 별로 안올라 이중고에 시달리고있다』고 밝혔다.

한편 씀씀이는 커졌으나 돈이 줄어들자 일부 증권사 여직원들이 용돈을 마련차 일과후 저녁이면 유흥업소에 나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유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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