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후지쓰,ICL주식 60% 현찰인수 계획/불 언론 “영은 일의 유럽진출 위한 항공모함”맹비난일본 최대이자 세계 제4위의 컴퓨터메이커인 후지쓰(부사통)가 영국 최대메이커인 인터내셔널 컴퓨터(ICL)를 매입키로 한 사실이 또 다시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이제 일본이 유럽의 정보산업시장마저 먹어치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때문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일본이 공격하는 분야는 죽는다. 사진기 시청각기기 전자부품 악기… 그리고 내일은 자동차다』
한때 세계의 화제를 모았던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 제목을 본딴 「일본인에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로카르총리」란 제목의 사설에서 프랑스 르 몽드지는 「일본경계론」을 이렇게 표현했다.
ICL의 매각이 유럽에 충격을 던져주는 이유는 영국이 2차대전전에 최초로 레이더를 만들었고 2차대전후에는 미국과 함께 처음으로 컴퓨터를 제작했던 전자공업의 선두주자였다는데 있다. 때문에 ICL의 매각은 영국전자산업 최후의 보루뿐 아니라 유럽 정보산업이 통째로 넘어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ICL은 프랑스의 뷜,이탈리아의 올리베티,서독의 지멘스등과 함께 EC의 전략적인 첨단과학연구 프로젝트인 「유레카ㆍ에스프리」등에 참여하고 있어 EC정보산업의 기밀누출등 EC각국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럽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매수방법 또한 진일보된 방식이어서 충격도 그만큼 크다. 후지쓰는 1백억∼1백50억프랑 (약 1조3천억∼1조9천5백억원)을 들여 ICL의 주식 50∼60%를 직접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이는 지금까지의 기술협정이나 무역협정,중소기업계열화와는 다른 직접적인 방식이다.
때문에 프랑스등 EC국가의 언론들은 영국측의 무책임한 기업매각 및 외국기업유치계획을 비난하고 나섰다.
르 몽드지는 일본의 대유럽투자의 40%가 영국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 영국은 일본의 유럽진출을 위한 「항공모함」이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24일자 이 신문은 ICL을 유럽의 연구계획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유럽이 ICL매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시기상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전자공업은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태. 고화질 TV개발에 참여중인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적자를 견디다 못해 인원을 대폭 감축했으며 적자상태인 프랑스의 뷜 및 이탈리아의 올리베티도 파트너를 물색중이다. 서독의 닉슨도르프는 지멘스에 의지해야 할 정도다.
프랑스언론들은 후지쓰의 ICL 인수를 계기로 미일간의 전쟁이 유럽에서 확대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은 일본대신 미국과 제휴할 것을 주장,서독이 벌써 미국의 IBM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81년 공동제휴형식으로 ICL과 관계를 맺었던 후지쓰가 결국 ICL을 인수했기 때문에 EC국가들에는 IBM이 유럽업계를 장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이를 르몽드는 「토끼가 여우에 대항하기 위해 늑대와 제휴하는 격」이라고 묘사했는데,유럽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일본의 「침입」이 계속돼 유럽에서는 일본제품만이 판을 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유럽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의 속성상 기술공유는 불가능하다고 유럽인들은 판단하기 때문이다.<파리=김영환특파원>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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