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0.07.25 00:00
0 0

백송의 원산지는 중국 만리장성 밖 호북성쪽 추운지방이다. 사람의 피부빛깔도 추운 북쪽일수록 희고,남쪽은 검은 것처럼,소나무도 고장에 따라 빛깔이 다르다. 온대인 우리나라는 적송이 대부분이다. ◆백송은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수다. 연륜이 쌓일수록 껍질조각이 비늘처럼 저절로 벗겨져 흰색의 속살을 부끄러운 듯 드러낸다. 그래서 백송 또는 백골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잎이 두개이고,잣나무는 다섯개인데 반해 백송은 세잎으로 돼 있다. 같은 소나무과이면서도 솔잎만도 이렇게 다르다. ◆백송은 나무질이 단단한데 비해 무게는 오히려 가볍다. 그래서 불상을 깎는 등 조각재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백송이 혹한의 북풍한설에도 독야청청 꿋꿋이 자란다고 하여 시화엔 「백송지절」로 그려지기도 한다. 더욱이 백송이 옮겨 심기가 어려워 우리나라엔 통틀어 여덟그루 밖에 없다. ◆그 가운데서도 서울 「통의동 백송」은 가장 크고,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송의 수령이 6백년으로 키가 16m,둘레만도 3.6m의 거목이다. 천연기념물 4호로 지정된 이 백송이 이번 집중호우로 쓰러져 잘려나간다. 그동안 86년부터 서울시의 특별보호를 받아왔으나 오래전부터 뿌리가 고사현상을 일으켜 세찬비바람을 견디기에는 부실했다는 것이다. ◆마을 수호신으로 섬겼던 통의동 주민들은 23일밤 동제를 올린데 이어 당굿을 벌였다. 2백여 주민들은 동네수호신으로 6백년간 애환을 같이해온 백송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면서 동네의 안녕을 빌었다. 그러면서 죽게된 뒤에 굿을 하기보다는 뿌리가 부실했으니 튼튼한 버팀목이라도 대주고 틈틈이 돌봐나 줬더라면 이런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는다. 이런일이 어찌 백송만의 경우일까. 아쉬워하는 것은 통의동 사람들만이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