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바친 철도건널목에서 결국 이렇게 가시다니…』24일상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동산성심병원 영안실에는 전날밤 철도건널목을 넘어서는 취객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순직한 서울지방철도청 소속 청원경찰 주태진씨(49)의 부인 이영순씨(40)와 3남매가 「철도가장」의 영정을 끌어안고 넋을 잃은채 앉아 있었다.
주씨는 지난23일 하오11시5분께 동대문구 이문동 163 휘경역 철도건널목에서 술에취해 건널목 차단기를 무시하고 철길로 들어서던 취객을 구하려다 달려오던 전동차에 치여 20여년을 바친 철도인생을 마감했다.
68년부터 철도건널목 안내원으로 일해오다 끝내 가정보다 소중하게 지켜온 건널목에서 다른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다 살신의 책임을 다한 것이었다.
쓸쓸한 빈소를 찾은 동료 직원들에게 부인 이씨가 『이제는 철도사고가 나도 가슴졸이지 않게 됐다』고 말하며 눈물의 미소를 지어보이자 동료들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채 앉아있다가 『그래도 주씨처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 덕에 세상이 이나마 굴러간다』고 위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늦동이 막내아들 윤호군(12)이 서울지방 철도청장이 보낸 조화를 만지작거리며 『아버지처럼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일을 하고싶다』고 말하자 빈소는 끝내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생활고라는 이름의 열차가 달려오는 철길에 방향을 잃고 나앉은 미망인과 3남매를 안전한 건널목으로 인도해 줄 안내의 손길은 어디에 있을까.<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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