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짧은 현실주의적 보수파”가 파악 전부/본인도 「노출」꺼려… 낙태등 발언 고의로 회피【워싱턴=이재승특파원】 부시 대통령이 퇴임한 윌리엄ㆍ브레넌 연방대법원판사 후임으로 23일 전격지명한 데이비드ㆍ서터 미 제1순회항소법원 판사(50)는 하마평에는 올랐으나 주목받지 못했던 미지의 인물. 이날 그의 지명이 발표되자 미전국 텔레비전방송들은 낙태문제등 뜨거운 현안의 쟁점에 대한 그의 입장이 알려진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부시 대통령도 최근에 한번밖에 만나본 일이 없는 잘모르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텔레비전방송들이 당황해하는 것이 88년 댄ㆍ퀘일 부통령 후보지명때를 연상케 했다.
데이비드ㆍ서터가 누구냐. 그에 대해 현재 알려진 것은 ▲뉴햄프셔주 법무장관(76년) ▲뉴햄프셔주 대법원판사 ▲미연방 제1순회항소법원판사(90년) 등 짤막한 경력뿐이다. 그는 뉴햄프셔주 대법원판사에서 올해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방 순회법원 판사로 임명됐고,해가 바뀌기전에 다시 연방대법원판사에 지명되는 파격적인 영전의 기회를 갖게된 것이다. 그가 뉴햄프셔 출신이라는 이유에서 공화당내 보수세력의 실력자인 존ㆍ수누누 백악관 비서실장이 막후에서 작용한 것으로 언론은 추측하고 있다.
서터판사의 이념적 색깔과 그 농도측정에 매스컴과 의회 이해집단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당사자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상원청문회때 현안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불필요한 「정체노출」을 거부했다.
대법원판사의 인사는 미국에서는 언제나 큰 관심사다. 낙태,소수민족의 고용,국기 소각,학교에서의 예배문제 등등 일반시민생활과 직결되면서 이념적으로 의견이 백중한 문제들이 왕왕 대법원의 최종판결에서 해답을 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법원판사의 지명은 대법원의보수성이 확고하게 정착되느냐의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었다.
현행 대법원판사는 보수대 진보가 5대3. 진보적인 브레넌 전대법원판사의 재임시는 보수대 진보의 비율이 5대4로 보수측이 불안정한 우세를 보였다.
부시 대통령이 보수적인 판사로 충원한 것이 분명하므로 대법원은 보수세력이 이제 6대3의 확고한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민주당과 진보적인 이익집단들은 보수세력의 대법원 절대지배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서터판사는 상원 법사위 인준청문회에서 그의 이념에서부터 법철학,재판기록,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현미경적인 심사를 받게 될 것이다.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부시 대통령의 소개로 기자들 앞에 나타난 서터판사는 미국인으로서는 갸날픈 체구에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와 영국 옥스퍼드대서 법학을 같이 수학했던 폴ㆍ로드슈타인조지타운 법대교수는 그를 「극히 건전한 법관」이며 법률적으로 온건한 인물이다』고 평가했다. 서터판사가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상원법사위는 민주당이 8대6으로 다수다.
서터판사의 보수색깔이 진하면 보크 판사처럼 인준이 거부될 위험이 커진다. 부시 대통령은 대법원이 건전한 보수주의노선을 지향해줄 것을 희망한다. 그는 대법원의 국기훼손처벌법 위헌판결에 맞서 헌법개정으로 국기훼손을 금지할 것을 기도했었다. 따라서 그가 선택한 서터판사가 어떠한 인물인가는 짐작이 간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대법원판사를 지명하는 이번의 첫번 기회에서 상원의 인준거부로 정치적 좌절을 맛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는 심지어 서터판사에게 낙태에 관한 의견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서터판사는 이러한 예측에 맞는 인물인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처럼 현실주의적 보수주의자를 지명한 것 같다. 낙태에 반대입장을 선명히 했던 그는 낙태지지자들의 만만치 않은 힘을 의식,의도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발언을 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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