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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UR대응「쌀개방 버티기」비상/농산물 무역장벽 철폐 대비책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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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UR대응「쌀개방 버티기」비상/농산물 무역장벽 철폐 대비책 고심

입력
1990.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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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차원”의회선 반대 결의도/“불가”시간 끌며 「5%개방」속셈/7배싼 미산 수입땐 대혼란… 한국등에 공동보조 로비【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 언론매체들은 요즈음 연일 「쌀문제」로 한창 시끄럽다.

쌀이 부족하다든가 쌀값이 비싸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중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우루과이 라운드(신다자간 무역교섭)무역협상위원회(TNC)에서 농산물에 대한 무역 장벽이 철폐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때문이다.

농산물에 대한 무역장벽이 철폐돼 일본이 쌀수입금지조치를 해제하게 되면 일본쌀값보다 평균 7배나 싼 외국쌀,특히 미국쌀이 수입될때 일어날 혼란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똑같은 처지여서 같은 피해를 입게 되는데도 국내에서 「쌀문제」가 대두조차 되지 않는 현상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일본 쌀보다 훨씬 싼 외국쌀이 들어오면 국민의 대다수인 일반소 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일본정부는 한사코 이를 저지하려 한다. 그것은 「쌀」이라는 주식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농민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집권자민당과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해 쌀수입금지 장벽의 붕괴를 막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일본의 입장◁

가트에 큰 혜택을 입은 일본으로서는 사실 금년말이 시한인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힘써야 할 입장이다.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 이전인 1973년부터 79년까지의 동경라운드 이후 당시 나카소네(중증근)총리가 중심이 돼 새로운 무역협정이 필요하다고 역설,우루과이 라운드를 주도해 왔다. 평균관세율이 가장 낮은 일본으로서는 세계각국의 관세장벽을 더낮추면 낮출수록 수출에 득이 되기 때문에 가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반상품의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된 미국은 일반상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분야(금융 증권 보험등)와 지적소유권은 물론,농산물에 대한 무역장벽을 헐어버리자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가장 입김이 센 미국이 들고 나온 제안인데다 금융서비스분야와 지적소유권문제에 대해서는 EC(유럽공동체)도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도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금융서비스와 지적소유권분야는 그렇다해도 농산물무역장벽 개방은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번 휴스턴에서 열렸던 서방 7개국 (G7) 정상회담때 가이후(해부)총리는 『일본에서 쌀만은 일반상품과 다른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호소하면서 이른바 「식량안보론」을 제기했었다. 쌀수입을 개방하면 자급자족의 기반이 붕괴되므로 이 문제만은 예외로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일본의 대응◁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은 세계에서 쌀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캘리포니아등지에서 많은 쌀을 생산하는 미국은 당연히 일본과 한국의 쌀시장에 군침을 흘리며 이를 통해 일반공산품 무역적자폭을 줄이려 한다.

미국의 쌀시장개방압력이 거세지고 제네바 TNC회의가 임박,시장개방이 불가피해 질 위기가 다가오자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은 「쌀시장개방불가」를 공동결의했으며 정부도 똑같은 방침으로 「성역화」하고 있다.

일본의 농업인구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고 이들이 쌀생산에서 얻는 소득비율은 10% 남짓하다. 가볍게 생각하면 쉽게 양보할 수 있는 문제라 할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사람들처럼 쌀에 대한 일본인들의 의식은 특별한데가 있다. 쌀은 곧 양식이요 생명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값싼 외국쌀이 들어와 생산의욕을 잃은 농민들이 벼농사를 외면한다면 안보문제로까지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한가지,「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들이나 정부로서는 농협등 관련단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농민들의 반발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 농협관계자들은 최근 한국대사관등 동경주재 외국대사관을 순방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쌀 문제가 미국측주장대로 결정되지 않도록 공동보조를 취해달라는 로비활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가들이나 일반국민들은 그것이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외로운 몸부림임을 인식하고 있다.

야이터 미 농무장관이 『가트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사실등 미국의 압력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가이후총리도 최근 NHK와의 대담프로에서 『쌀문제에 대해 각당에서 의논해 주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까지는 양보할 수 없을 것인지,납득과 합의가 얻어질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일정한 선에서 양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실제로 일부야당과 여당일각에서는 5% 개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도시에 득표기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공명당이 제일 먼저 5%안을 들고 나왔다. 그정도 선에서 양보해도 무방하다는 당의 의견이었다.

이를 받아들여 다케시타(죽하) 전총리는 개방 비율은 언급하지 않은 채 『부분개방 논의는 필요한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고,자민당정조회 경제구조조정위의 야마구치(산구)위원장은 『5% 범위안에서 개방해도 괜찮지 않겠는가』라고 발언한 바있다.

다케시타 전총리는 또 23일의 한 강연에서 『인류가 싼 값에 양질의 상품을 자유로이 교역한다는 가트의 대전제를 인정한다면 관세제도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다』고 말해 미국이 주장하는대로 쌀시장을 개방하되 관세를 매기는 방법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절대불가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분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일본은 순곡으로는 쌀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새우 콩등을 섞어 볶음밥용으로 가공한 쌀의 수입은 허용,연간 전체수요량 1천만톤의 0.5%에 해당하는 5만톤정도씩 수입하고 있다. 그러니 50만톤정도로 수입량을 늘리더라도 자급기반을 해치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인 것 같다.

▷전망◁

일본이 1백보양보해 5%범위내의 개방에 동의한다고 해도 미국과 미국에 동조하는 나라들이 수용해 줄 것인지에 관건이 있는 것 같다.

일본과 한국으로서는 다행이랄 수 있는 현상으로 미국과 EC국가들이 농산물개방문제에 대해 심한 대립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농산물에 국가보조금을 주고 농산물수출에도 보조를 해가며 농업육성책을 쓰고 있는 EC국가들로서는 쌀문제를 포함한 농산물전반에 관해 미국과 다른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트전문가들은 현재의 전망으로서는 협상시한인 금년말까지 표면적으로 일본은 수입장벽제거불가론을 유지해가다가 막판에 가서 5% 개방안을 내놓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에 가서 미국과 EC간에 다른 농산물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를 넘기게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끝까지 불가론을 고집하겠다는 생각이다. 5%안을 미국측이 흔쾌히 수락할지도 미지수이므로 어떻게 결말이 지어질지,또는 해를 넘기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과 이해관계가 일치돼있는 우리로서는 쌀문제에 관한한 다음기회로 넘어가 시간을 버는 것이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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