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전제조건」 포용 대화유도/자칫 북 자극 고위급회담 악영향 우려도/“일회 아닌 일관성 유지가 개선열쇠” 중론정부가 23일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범민족대회 참가허용과 「콘크리트장벽」 공동조사단 구성제의등은 7ㆍ20 「민족대교류」 제의에 이은 우리측의 상당히 진전된 자세전환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들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와는 별개로 우리측의 이같은 조치는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것들을 대폭 수용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제안을 통해 북한측에 실질적인 개방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개방을 회피하는 북의 논리에 대해서도 정면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이날 발표된 각종 대북제의는 기본적으로 우리측의 전진적인 자세변화라는 바탕위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이같은 전향적인 태도가 유지되리라고 기대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이번 제안을 계기로 북한의 선전공세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우리측의 남북 관계개선 의지를 과시하고,북한측이 이에 불구하고 계속 개방을 거부할 경우 그 논리의 허구성을 노출시키겠다는 복합적인 동기를 갖고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북한과의 명분겨루기에 정면대응,우리측 통일논리의 타당성을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유엔가입,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앞당기고 궁극적으로 북한을 개방과 남북화해에 끌어내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안전관계 형사법및 정치범문제를 처음으로 정식거론,북한이 우리의 인권문제나 보안법등 내정문제를 이유로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리측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인권문제나 사회통제에 관한 한 북한이 우리측을 비난하는 것은 더이상 인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리측의 이번 제의로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빠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범민족대회 개최나 콘크리트장벽 공동조사등은 모두 북한이 적극 주장해오던 내용이므로 거부할 만한 설득력있는 명분을 찾기 힘들 것이다. 특히 범민족대회를 우리측이 거부하고 재야의 참가를 저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으로선 재야뿐 아니라 광범위한 단체나 개인이 참가하는 「변질된」 범민족대회에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은 어떠한 이유를 내세우든지 범민족대회를 스스로 무산시킬 것이 예상되며 이경우 북한은 기존 대남제의나 주장의 진실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측의 파상적 대북제의가 내부적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북한을 자극함으로써 어렵게 합의한 남북 고위급회담의 장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역기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북한을 포용하려는 전향적 대북자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제의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무부◁
남북의 법무당국자들이 만나 우리의 국가보안법및 구속자문제와 아울러 북한의 안전관계형사법과 사상적 문제를 협의하자. 남북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어떤 법적ㆍ제도적 개선문제도 전향적으로 아무제한없이 논의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법제등에 관한 자료를 교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 법무당국자회담이 필요하며 그 회담의 준비를 위해 남북의 실무자 각 3명이 27일 상오 10시 통일각이나 평화의 집등 북한측이 원하는 곳에서 만날 것을 제의한다.
▷국방부◁
휴전선상에는 비무장지대가 있기 때문에 베를린과 달리 이원왕래를 차단하기 위한 장벽이 필요치 않다. 우리측은 북한이 62년 4대군사노선 채택이후 전차와 장갑차를 현저히 증강시켰기 때문에 방어목적으로 대전차 장애물을 30㎞에 걸쳐 설치했을 뿐이다. 그러나 「민족대교류」 실현을 위해 북측의 공동조사 제의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공동조사는 북측이 자기들이 원하는 지역 어디든지 와서 조사하는 대신 형평의 원칙에 따라 우리도 북한지역을 자유로이 조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남한에서 팠다고 주장하는 땅굴까지도 공개적으로 조사할 것을 제의한다. 이를위해 군사요원 3명으로 구성된 실무접촉을 27일 상오 10시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회의실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
▷통일원◁
북한이 주장하는 교류의 전제조건과 관련된 문제들을 갖고 북한측과 만나 협의하겠다. 소위 「범민족대회」에 관해서는 오는 26일 이 행사 예비회담을 위해 북한대표들과 해외동포들이 우리측 지역방문을 원할 경우 이를 허용할 것이다.
또한 이 대회와 관련해 오는 8월15일 이전에 우리측 인사들의 북한방문도 허가하겠다. 8월15일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범민족대회에 우리측의 참가도 허용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더 편리한 장소를 제공할 용의도 있다. 범민족대회 참가자들이 조국통일촉진대행진을 위해 백두산을 출발,판문점을 거쳐 한라산으로 가는 것을 환영하며 동시에 우리측 인사들이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가는 것도 허용하겠다.
북한이 우리 인사들의 입북과 행진을 조건없이 받아들이고 이들에 대한 무사귀환과 편의제공을 보장해주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이 대행진과 관련해 필요한 숙박 교통 의료 통신 등 모든 편의를 적극 제공할 것이다. 이 대회가 민족화합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위해 특정단체나 특정인사만이 아닌 각계각층의 민족성원들이 광범위하게 참가해 남북 상호간 비방하거나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민족대교류 실현을 위해 오는 30일 실무접촉에 나올 것을 다시 촉구한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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