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서 어쩌면 사람처럼 잔인한 존재란 없을 것이다. 약육강식의 동물세계에서조차 절대생존을 위해서만 필요한 최소한의 살생을 할 뿐 배가 부를 때는 결코 거들떠 보기조차 않는 절도와 원칙을 지킨다. 그런데 사람들은 조그만 잇속을 불리거나 재미삼아 태연히 잔혹한 행위를 일삼는다. 20일 밤 TV뉴스로 방영된 소물먹이기 도살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그 참담한 잔혹성으로 충격을 주었고 같은 인간의 짓이기에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했다.일부러 소의 사지를 절단,자동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며 고통을 줘 갈증을 유발시키는 신종 물먹이기 수법은 그 잔혹성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었다. 가사상태에 빠진 소의 배를 갈라 심장에 10㎝ 굵기의 호스를 꽂아 순식간에 50ℓ의 지하수를 몸안에 스며들게 하는 동물학대의 「몬도가네」적 극치앞에서 과연 저렇게 때려 잡은 쇠고기를 식탁에 올려야 하느냐는 강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울러 버젓이 허가받은 지방최대의 특급도축장에서조차 이같은 물먹이기가 성행할 정도로 방치한 식품위생감독 당국이나 축협등 관계기관에 대한 분노가 치솟는다. 소물먹이기 폐습과 잔혹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걸보면 관계자들과 업자들간의 야합과 방조혐의에 대한 의혹을 일으키게도 만든다.
소물먹이기는 법으로 따져서도 축산물위생처리법 위반이다. 불결한 지하수를 강제주입했으니 부정ㆍ불량ㆍ불합격식품인 것이어서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그 범행추적과 단속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특급도축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규모가 작은 여타 도축장이나 무허가 도축장에서의 비위생적 처리나 잔혹한 물먹이기 수법은 다반사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경찰이 모처럼 현장을 급습하면서 요란하게 TV카메라를 동원한 것을 놓고서도 사장은 놓치고 하수인들만 잡은 점등을 들어 평소의 단속소홀책임을 한꺼번에 벌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혹마저 생겨날 정도이다. 결코 발작적 일회용 단속이나 PR만으로 그같은 악습이 결코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법과 단속의 차원을 떠나서도 이번 잔혹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심각하다. 돈몇푼에 상상을 못할 정도의 끔찍한 행위를 불사하는 범인들의 이지러진 모습은 건전한 사회풍토나 교육환경조성을 위해서도 백해무익한 것이다. 인간성에 대한 상호신뢰나 기대가 이번 사건처럼 잔혹과 충격으로 바뀔 때 이땅의 정서순화나 법질서확립이 이룩될 바탕은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물에 절어 푸석푸석 맛이 없는 불결한 쇠고기,불위에 올려놓으면 물이 빠지면서 크기가 쪼그라드는 사기성 쇠고기를 지금껏 알고 먹어온 우리들이다. 하지만 이번의 잔혹사건으로 더이상 속을 순 없을 지경에까지 왔다. 당국도 이보다 더 중대한 일이 없다는 각오로 식품위생에 더욱 정신을 차려야겠고,주부들도 한사코 물먹인 불량쇠고기를 거부해 업자나 업소에 두루 따끔한 본때를 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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