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국내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무역질서,산업구조에까지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 나라밖에서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시장개방,국가간 공정거래를 지향한 다자간 협의로서의 우루과이라운드(UR)가 바로 그것이다. 금년말을 협상종료 시한으로 하고 있음에 따라 정부는 18일 노대통령 주재로 UR협상 대책회의를 열고 협상분야별 우선순위 문제및 무역정책,산업정책의 재조정에 착수키로 했다. 협상의 결과가 우리에게 줄 충격의 정도를 생각하면 때늦은 감은 있으나 적어도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의미에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UR의 주요 쟁점분야는 농산물시장개방,지적소유권보호,금융ㆍ통신ㆍ건설 등 서비스분야의 개방외에 노동력이동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가 망라되고 있다.
86년부터 시작된 UR협상에서 각국은 분야별로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선진공업국과 개도국간의 이해대립이,선진국간에서도 미국,EC,일본 등의 이견도 적지않고 개도국간에서도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시한내 협상타결 전망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예를들어 농산물의 경우 미국은 보조금지원의 전면철폐를 주장하는 데 비해 EC측은 정신적 감축론으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미 휴스턴에서 폐막된 선진 7개 공업국(G7)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농업지원을 감소시킨다」는 원칙에 합의,이런 전망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농업보조금은 철폐문제나 노동력시장의 개방문제등은 각국의 고유한 농업정책이나 고용문제에 직결되어 있는 것으로 UR협상의 많은 항목들이 종래의 개념으로는 다분히 내정간섭의 성격까지 띠고 있다.
그러나 이 협상이 「공정하고 시장개방적인 무역체제」를 거대한 목표로 삼고 있는 한 각국은 이제 상품이나 자본,서비스의 자유이동이라는 상당수준의 「내정간섭적 요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됐고 따라서 우리도 호혜적인 국제 경제교류라는 시대적 환경과의 조화문제를 새로 설정해 나가야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시장개방을 제한하고 있는 은행법,외환관리법,특허법,저작권법,조세감면규제법,공정거래법 등 많은 법률들의 재정비라는 과제도 제기된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 경제의 국제화에 대한 부응이라는 차원을 넘어 제도적 환경과 산업구조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며 따라서 기존의 생활감각이나 관례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국민과 정부가 다함께 대비자세를 미리미리 생각해야 한다. 특히 관련산업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적절한 홍보가 필요하다.
종래 국제적인 교역마찰이나 대외교섭의 경우 난제에 봉착해서야 비로소 그 해결을 서두르곤 했던 사례에 비추어 UR협상같이 우리 생활과 제도전반에 큰 영향을 주게 될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설마」를 생각해선 안된다.
UR협상의 충격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다. 표현상 무역거래의 자유화라 하지만 내용상 각국의 저력경합이기도 하기 때문에 겨레의 슬기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된다.
UR협상 타결시한을 5개월 앞두고 정부가 경제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이미 밝힌 대로 때늦은 감도 주지만 늦은 만큼 강도있게 추진해야 한다. UR협상 결과를 기초로 협상국간 각종 양해협상이 다시 있는 만큼 이 귀중한 기간중 안목 넓은 대책을 실효있게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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