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패전 설욕위해 경제봉쇄 등 「복수전」 일관/미소 협력따라 월과 구원씻는 계기 될수도미국이 캄보디아반군세력에 대한 승인을 철회하고 베트남과 대화를 갖겠다고 천명한 것은 인도차이나문제의 한 축을 이뤄온 미월관계의 재정립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임스ㆍ베이커 미국무장관은 미국의 대화제의가 지난 75년 베트남공산화 이후 단절된 양국간 관계정상화를 의미하는게 아님을 분명히 하고 의제가 캄보디아문제에 국한된다고 강조하기는 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변화는 캄보디아사태 해결만을 겨냥했다기 보다는 그간 강경일변도로 치달아온 대월정책의 극적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게 관측통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미국은 자신에게 최초의 패배를 안겨준 베트남에 대해 철저한 「복수전」을 펴왔다. 자국기업의 대 베트남 접촉을 금지시켰을뿐 아니라 서방측을 주도해 경제봉쇄정책을 취해왔다. 그 결과 사회주의경제의 한계에 달한 베트남이 고립탈피를 위해 「도이모이(쇄신)정책」을 추진,시장경제도입을 서둘러도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입김을 넣어 이에 필요한 베트남의 외자유치노력을 가로막아왔다.
군사적으로는 친베트남의 프놈펜정권에 대항한 캄보디아 무장반군세력인 「민주캄푸치아연정」에 대한 지원을 계속,베트남의 지역 「팽창주의」를 저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월정책을 비롯한 인도차이나정책은 처음부터 실패로 끝날 출발이었다는게 통설이다. 도덕성을 상실한 베트남전에 개입함으로써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내내 미국에게 덫이 됐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크메르 루주를 포함한 캄보디아반군세력에 대한 지원이다. 크메르 루주는 지난 75년부터 78년까지 집권한 폴포트정권 당시 1백만명 이상을 학살한 「킬링필드」의 주역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구원때문에 이러한 세력을 지원해줘야 하는 「자충수」를 두고만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정세는 대 베트남정책의 전환기회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반군지원 명분이 돼온 캄보디아내 베트남군이 철수를 완료했으며 새로운 동서협력시대를 맞아 소련의 우방인 베트남 역시 「친구의 친구」로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동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의 경제재건을 지원,지역의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태국ㆍ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의 요청도 무시못한다.
이와 함께 미국은 국제적 비판여론에 직면해온데다 연간 1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반군원조자금도 점차 부담이 돼온게 사실이다.
물론 미국이 정책변경의 배경으로 들었던 크메르 루주의 재집권 가능성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 월의 관계진전이 곧바로 인도차이나의 활화산인 캄보디아사태의 해결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3개 반군연합세력 가운데 크메르 루주는 제외하고 반공산세력인 시아누크,손산 등 2파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고 현재 유엔에서 벌어지고 있는 캄보디아 내전종식 회담에서 이들의 지위강화에 애쓰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이들의 배신감을 무마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캄보디아내전은 새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 내전에서 군사적 승리를 목전에 두고있는 「실세」 크메르 루주를 지원하고 있는 중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베트남 접근 진척여부에 의해서도 캄보디아사태는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