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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친서 전달 의미와 양국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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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친서 전달 의미와 양국관계 전망

입력
199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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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수교 실무교섭 가시권에/정상회담 합의사항 첫 구체화/「고」 대한인식 변화… 의구심 해소/남북관계에도 영향… 소,북 개방유도 적극 개입할 듯노태우대통령에게 보낸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한국 「경제대표단」 소련방문 공식초청 내용이 담긴 친서답신과 이에따른 우리측의 정부대표단 모스크바파견은 양국 정부당국간의 수교협상이 공식화하기 시작했으며,노­고르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구체화돼가고 있음을 뜻한다.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노­고르비는 「양국간 수교ㆍ경협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실무협상을 갖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바 있어 이에따른 구체적 첫 조치가 되는 셈이다.

노­고르비의 전격적 한소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사실상의 관계정상화가 이뤄졌음에도 수교를 향한 행보는 거의 답보상태에 놓여있었다.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ㆍ외적으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적극적인 대한 인식조차 의심을 받고 있었으며 한소 관계정상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샌프란시스코회담의 의미가 희석돼가는 듯한 움직임마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이 우리측을 다소 초조하게 했던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의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친서는 이같은 우리측의 의구심과 국제적 편견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련이 지금까지 보여온 신중한 대한 자세에서 탈피,양국간의 관계개선 의지를 비로소 구체화ㆍ적극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의 비중인가는 친서답신의 형식과 내용등 여러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우리측 정부대표단의 명칭을 「경제대표단」으로 지칭했으나 『노대통령이 좋다고 한다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 배석한 유리ㆍ마슬류코프 제1부총리가 한국 경제대표단을 초청토록 하겠다』고 밝혔고 『대표단에는 노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어떠한 인사를 포함시켜도 좋다』고 부연했다.

그가 친서에서 밝힌 이같은 내용은 실무협상의 소련측 파트너를 각료급 이상인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명칭은 경제대표단으로 되어있으나 수교를 포함한 어떠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간접적 의사표현이라고 해석된다. 마슬류코프는 대통령위원회 위원으로 고르바초프대통령의 핵심측근이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답신친서에서 「지난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이 양국관계에 매우 유익했다는 것을 다시한번 말씀드리고자 한다」면서 지난 6월4일의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의 의미와 상징성을 부연해서 강조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양국간의 연내 수교 가능성은 매우 밝아졌으며 사실상 양국간 수교문제에 있어 장애물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들은 『양국간의 사전에 풀어야 할 과제나 현안은 없다』고 밝히고 『수교문제가 단번에 타결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즉 수교문제는 소련의 국내ㆍ외적인 상황에 따라 완급이 가려질 것이며 타이밍상의 문제에 달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련 당국의 대한 인식과 고르바초프대통령 친서에 나타난 행간의 의미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밝힌 바와 같이 양국관계가 「양이 질로 변하고 있음」을 다분히 시사해 주고 있다. 그가 표현하는 양은 경제협력이며 질은 공식적 수교라고 해석되어진다.

양국은 모스크바 실무협상에게 크게 두가지에 초점을 맞춰 의견교환을 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는 공식관계 수립인 수교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경협문제가 될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에서 우리측은 오래전부터 동시추진,또는 선 수교의 입장을 취해왔다. 외교관계의 공식화없이는 구체적 경협실행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소련은 이와는 달리 경협ㆍ인적교류 등 「선 관계증진 후 수교」의 입장이었으나 최근 우리측과 인식의 접근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측은 경협문제의 논의에서 소련측이 어떤 형태의 경협방안을 원하고 있는지를 우선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소련측의 요청사항을 분석한 뒤 양국간 경협의 구체적 골격을 세워나갈 것 같다.

경협은 통상ㆍ투자ㆍ개발ㆍ과학기술협력 등 4가지 분야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양국은 겉으로는 경제대표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스크바 실무대좌를 갖되 실제로는 수교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하는 정부대표단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상호 인식의 일치를 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에 대한 구체화ㆍ공식화조치는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다짐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북한의 개방유도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련의 대북한 설득도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소련은 이미 한소 정상회담 이후 경제ㆍ군사 분야에서 여러가지 대북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소 양국관계는 북한이라는 장애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조류에 맞춰 빠른 속도로 진전돼 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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