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소비재 수출ㆍ정부선 투자환경에 초점/결과따라 연내 수교 판가름○…8월초 대소 교섭단의 파견으로 한소수교를 위한 양국간 실무교섭이 본격 진행되게 됐다.
이번 대소 교섭단은 소련측에서 경제대표단으로 파악하려는 측면도 있으나 고르바초프가 친서에서 『협상대표로 어떤 인사가 와도 좋다』고 밝힌대로 양국간 모든 현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므로 사실상 수교교섭단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4일 한소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정상화는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진 셈이지만 구체적인 수교교섭 및 타결시기는 소련내 정국과 경제분야에서의 양국 협력문제등 때문에 불투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측의 교섭에 대한 입장이 예상보다도 빠르고 적극적인 형태로 결정됨에 따라 한소수교는 연내 실현의 가시권에 들어서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측은 종전부터 한소 관계개선을 위해선 경제와 정치 두 바퀴가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번 협상에서도 경제뿐 아니라 정치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수교를 앞당기려 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우리측은 대표단에 김종휘 청와대외교안보보좌관과 김정빈 외무부제1차관보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소련 현지에서 공노명 주소영사처장이 합류할 것이므로 정치분야 논의를 위한 대표들도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교섭에선 무엇보다도 경제협력문제가 심도있게 다뤄질 것만은 분명하다. 경협문제는 크게 나누어 통상 투자 개발 과학기술협력의 4개 분야에서 집중 논의될 것이 예상된다.
소련측은 우리측에 보다 많은 소비재 수출과 투자ㆍ개발 등을 희망할 것이고 우리측은 수출및 투자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조속한 마련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소련측의 경협 희망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부분은 우리측이 어느 정도의 실질적 지원을 약속할 수 있느냐인데 결국 이 문제가 수교시기의 완급을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교섭에서 경협에 대한 소련측의 의사가 처음으로 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측은 소련에 대한 지원을 직접적인 차관형태보다는 연불수출방식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우리 업체가 소련에 수출을 하면 대금은 국내은행이 일단 융자형식으로 대신 지불하고 나중에 소련이 경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번 한소 교섭에서는 이러한 경협의 규모문제가 집중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양국간의 상호 만족 정도에 따라 수교일시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우리측은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무역협정 과학기술협력협정 등 교역 및 투자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식 거론하는 동시에 이를위한 조속한 외교관계 수립을 강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8월초의 교섭에서 양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조정되면 곧 이어 서울에서 개최될 2차교섭에서 최종 절충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경협규모에 관한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후에도 1∼2차례 교섭이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나 양국이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장기화되지 않을 전망.
양국은 대표단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9월말 유엔에서 외무장관회담을 가짐으로써 수교를 앞두고 관계정상화의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측은 양국 외무장관회담의 실현을 위해 소련측과 접촉하고 있으며 소련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문제등 큰 줄거리가 합의되면 수교에 필요한 절차적인 부분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협정체결 등 수교와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에 관해선 양국 실무자선에서 구체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무역협정 등 일부 분야에서는 시장경제체제와 사회주의체제간의 관행차이로 다소 복잡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 예상되나 실무자 또는 양국 영사처간의 긴밀한 협의를 계속함으로써 신속하게 타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교가 합의되면 양국은 외무장관간의 서명으로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된다.
그 시기는 협상의 진전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이 소련공산당대회 개최기간중인 지난 6일 친서에 서명했을 정도로 대한 관계정상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예상밖으로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수교가 이뤄지게 될 경우 노태우대통령이 수교조인식에 맞춰 소련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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