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귀국회안에서 발생한 복잡한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실망과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면서 남쪽 국회의 위기상황때문에 회담을 하지 못하겠다고 북쪽이 17일 보내온 통지문은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한다.우선 떠오르는 것은 우리의 정치수준이 이제 북한의 야유까지 받아야 할 만큼 바닥으로 떨어졌느냐는 것이다. 미ㆍ일등 선진우방으로 부터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웃음을 받아왔지만 지구상에 유일한 해괴망측한 독재 집단으로부터서도 비아냥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가 하는 서글픔이 앞서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남쪽 국회를 나무라는 북한의 국회는 어떤가 하는 것이다. 선거구마다 단일후보에 투표하는 방식부터 민주주의 상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국회」와 의원이 바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이고 그 대의원이 아닌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바로 그들 자신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쪽국회의 위기를 걱정해주는 그들에게 고마움에 앞서 측은한 생각이 먼저 든다.
항상 선전에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북한이 이번에도 정치에 실망하고 있는 국내여론을 겨냥하여 의표를 찌르는 일격을 가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노리는 효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귀국회에서 감행된 여당의 횡포는 지금 남조선에서 광범한 사회계의 비난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야당의원들의 의원직 전면사퇴라는 위기국면을 빚어 내외에서는 귀국회가 해산직전에 처해 있다고도 하며 총선거를 다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는 통지문의 구절은 분명히 여당을 공격하고 야당을 지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대목은 거꾸로 야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의원직 사퇴서를 내면서 총선을 주장하는 야당의 강경태도를 북한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올 경우 보수야당은 정말 난처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지지한다고 해서 사퇴서를 도로 가져가지는 않겠지만 찜찜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야당의 입장을 고약하게 만든다는 것은 결국 여당을 도와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
정치와 국회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이용하여 국론분열을 조장하려 했다면 효과는 역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부추기면 조건반사적으로 경계 태세를 취하는 것이 남쪽 사람들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생각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남한의 약점을 노려 내부분열을 꾀하겠다는 북한과 언제가서 진지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적화통일노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한 북한과의 대화는 그들의 선전목적에 이용될 뿐 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형식적인 대화나마 버릴 수 없는 것이 남한의 입장이다. 그나마도 끊으면 개방과 통일은 그만큼 늦어지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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