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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조선 새 한국/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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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조선 새 한국/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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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오로지 권세에만 눈이 멀어 파벌싸움과 유혈당쟁으로 날을 지새던 그 썩은 사대부들 때문에 우리는 나라를 망쳤었다. 철종과 고종으로 이어지는 이조 말엽­.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그 암흑의 50여년은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한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시기였다. 대륙이 분할되고 제국이 붕괴되고 식민지를 다투는 세계열강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한쪽에선 일본이 경제를 일으켜 열강의 대열에 올라서고 미국이 세계최강의 신흥공업국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선 수천년 역사를 가진 나라들이 멸망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세계의 판도가 뒤집히며 일대변혁이 일어났던 그 격동의 시기에 우리나라에는 오직 하나 파벌싸움만 있었다.안동 김씨의 60년 세도가 절정에 달했던 그 암흑의 시기에 국정은 문란할 대로 문란해져 민생의 핍박함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요즘 일요 연속극으로 방영되고 있는 「대원군」은 그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 연속극을 보면서 중고등 학생들 중에도 비분강개하며 그때의 세도정치가들과 선비들을 원망하며 저주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때 일어난 진주민란과 뒤이은 동학난으로 조선은 재기불능의 나라가 됐다.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으로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조선의 경제와 국력이 이때와서 마지막 불씨를 꺼트리게 된 것이다.

20세기들어 바로 나라를 잃고 식민지의 암울하던 긴세월이 끝나자 다시 한차례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을 겪었다. 우리 한민족처럼 비극적인 민족은 근세사에 없다. 그때로부터 1백년이 지난 지금 우리 한국은 그때 조선말의 빚을 아직 청산치 못하고 있다. 국토는 동강나고 민족은 분단돼 있으며 경제는 일으키려다 중단된 상태다. 남들처럼 잘사는 나라,통일된 민주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이제 우리가 맞고 있는 20세기말­. 세계는 또다시 격동하고 있다. 독일의 통일과 소련의 환골탈태,중국의 변화와 동구의 붕괴등 세계의 지도가 바뀌고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일본은 세계의 지축을 흔드는 막강한 경제력을 키웠고 유럽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1백년전 조선말처럼 세계가 격동하며 인류역사의 새 장이 쓰여지고 있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19세기말 조선의 썩은 사대부들과 20세기말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다른가. 지칠 줄 모르는 투기와 물가상승,성장력의 약화,어지러운 치안과 민생불안,조롱거리가 된 국회와 파행방송,학원사태등 가마솥에서 죽끓듯 하는 것이 요즘 우리의 시대상이다. 무엇보다 신물나는 것은 정치인들,파벌싸움이다. 조선과 한국은 다른 것이어야 한다. 19세기말의 조선은 낡은 것이고 20세기말의 한국은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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