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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3계파/표류하는 정국 손익계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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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3계파/표류하는 정국 손익계산 분주

입력
1990.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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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표 입지싸고 희비 엇갈려/일부선 “지나친 무리수”… YS에 경계ㆍ책임론 민정/“정치적 이미지 훼손 불구 2인자 굳혔다” 자평 민주/“정국 힘들 땐 침묵” JP특유의 관망자세 일관 공화쟁점법안의 날치기 처리이후 정국은 여야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경색국면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민자당내 각 계파는 정국 향배를 예의주시하며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느라 분주하다.

○…민정계의 시각은 상충되는 2개의 입장이 혼재돼 있다. 우선 그동안 여권주류에서 다소 벗어나 있던 민주계가 법안처리의 「악역」을 담당해줌으로써 상대적으로 노태우대통령이 여론의 직접적 화살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첫째. 반면 김영삼대표 여권내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잡게 됐다는 점에서 특유의 「흡인력」을 발휘하게 되면 당내의 세력판도가 적지않게 변화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을 김대표가 기꺼이 공유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향후 대권가도에서 김대표의 입지를 강화시켜 민정계의 집단이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민정계 일각에선 『김대표가 지나친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벌써부터 김대표의 행보에 경계심을 표하는가 하면 최근의 정국경색과 관련,김대표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이중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민정계는 김대표의 행동이 평민당을 겨냥한 것이면서 동시에 여권내부에 있던 비판세력도 의식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함께 김대표는 문공위 폭력사태 처리를 놓고 민주계가 민정ㆍ공화계와 미묘한 입장차를 보임으로써 야기된 계파갈등의 싹을 시급히 제거할 필요성을 느꼈으리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날치기 통과나 파장의 심각성과는 별도로 당내 김대표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전망이고 이는 노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민정계의 행동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에따라 최고위원들과의 역학구조도 변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

반면 현재 평민당이 김대표를 포함한 민주계와의 대화를 기피하고 있고 김대표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가 훼손된 것도 현실이어서 향후정국 풍향여하에 따라 그의 입지가 의외로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민주계의 득실 판단은 기본적으로 날치기 법안처리가 평민당에 의해 강요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드러난 결과는 부정적 이미지가 크고 배수진을 친 야권의 「옥쇄공세」로 정국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이번 국회에서 또 다시 민자당이 무기력하게 물러섰다면 당장 내부로부터 갈등과 불협화가 터져나왔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시말해 최근의 세종대 사태와 주가폭락,방송계의 움직임 등 경제ㆍ사회적 불안요인들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민자당이 정치에서부터 가닥을 잡아나가지 못하면 이는 곧 김영삼대표의 정치력 문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쟁점법안을 보더라도 군조직법의 경우 지난 2월 국회에서의 날치기 처리를 김대표가 뒤집으면서 여권전체에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기도 했다. 방송관계법 개정안이나 광주보상법도 정부 또는 당내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용수정을 밀어 붙였기에 역으로 법안처리까지의 책임을 아울러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계측은 임시국회 과정에서 처음으로 김대표가 여권 2인자로서의 자세와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며 김대표를 향한 당내 의구심을 크게 해소시켜 줬다고 보고있다.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빛나는 일만 하려한다』는 시선을 불식하고 당대표의 직위에 부여된 권한과 책임사이의 균형을 잡아나가겠다는 김대표의 행동패턴을 정립했다는 의미도 찾고 있다.

그러나 김대표­김재광부의장­김동영원내총무로 이어지는 민주계가 밖으로 표출된 행동역이었다는 점에서 당내의 위상확립과 반대로 김대표의 정치적 이미지가 심각히 손상된 것도 사실. 무엇보다 정국경색의 책임을 한몸에 받고 있는 만큼 이를 풀어야할 부담도 떠안게 된 셈이다. 따라서 자칫 정국이 끝내 충돌사태로 이어질 경우 김대표는 당내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케 될 것이며 이경우 이미 야당적 도덕성의 상당부분을 상실한 김대표의 운신폭도 좁혀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공화계는 파행으로 일관한 이번 임시국회 운영이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작금의 정치판이 마치 YS(김영삼대표최고위원) 대 DJ(김대중 평민당총재)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대해 내심 미묘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김최고위원이 임시국회 회기동안 취했던 정치적 입장과 자세는 신중함을 넘어 매우 조심스런 것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기자와의 면담기회를 애써 피해가며 극도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으며 그 결과 민자당에 쏠리는 관심의 표적은 언제나 김대표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스스로의 역할을 「조연」으로 치부하며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김최고위원이지만 각종쟁점법안등 현안처리와 관련해 있을 법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좀체로 내지 않았던 점은 분명 눈여겨 볼 대목인 것 같다.

여야대치의 핵심 고리였던 지자제문제만해도 당초 광역 자치단체에 한해 정당추천을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식의 유연성을 보였던 그였지만 대야 협상에 있어 일체의 문제제기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김최고위원은 또한 「날치기 통과」에 대해서도 『12대 국회에서도 여러차례 있었던 일』이란 정도로만 논평할 뿐 임시국회 결과에 대해 더이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요즘 『시간이 해답을 내려줄 것』,『석달동안만 신문에 내이름을 내지말아 달라』는 말을 즐겨쓰는데,결국 시계가 불투명한 정국상황에서 자신의 행보를 일단 유보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는 또한 민정계의 향도격인 박태준최고위원이 『때가 되면 나도 목소리를 내야겠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과 일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만큼 DJ와 맞닥뜨려 혼자 싸우는 YS의 향후 위상과 관련해 좀더 주시해봐야 할 대목임이 분명하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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