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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의구심/이재열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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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의구심/이재열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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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제작거부 사흘째인 16일 하오2시 여의도에서 열린 「방송관계법 무효화를 위한 평화대행진」에 참여한 4개방송사 노조원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노조대표로 구성된 공대위가 당초선언했던 강경투쟁방침에서 제작복귀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졌기 때문이다.공대위측은 방송관계법이 통과되고 야당의원들이 의원직사퇴를 결의해 투쟁대상이 흐려지고 광범위해짐으로써 제작거부 계속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일부 의견과 방송민주화를 추구하는 노조의 노력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는 자위적 주장을 경시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공대위는 17일 상오 5시부터 제작복귀키로 결정했다. 이제 제작거부는 끝나게 됐지만 정부ㆍ여당과 방송노조의 긴박한 실력대결사태를 야기시킨 책임소재는 따져봐야 하겠다. 지난 6월14일 공보처가 방송구조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신경전은 지난 10일 법안이 국회문공위를 통과하자 실전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어 13일부터 MBC노조가,14일부터는 KBS CBS PBC노조가 제작거부를 시작했다.

여당은 연대제작거부 첫날인 14일 법안의 국회본회의 통과를 강행,결연한 의지를 과시했다.

양측의 극한대립으로 파행방송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노조측의 행동이 자사이기주의라는 생각과 함께 정부ㆍ여당의 무엇엔가 쫓기는 듯한 조급함에 불신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 시각은 노조사무실로 걸려오는 격려와 항의등 엇갈린 반응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방송관계법의 내용이나 향후의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민생문제등 산적한 현안을 제쳐둔 채 어거지로 법을 통과시킨 정부ㆍ여당의 태도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여론수렴과정이 부족했고 격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법을 통과시킨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ㆍ여당은 방송관계법을 전격 통과시킴으로써 승리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짧은 터널」은 뚫고 나가겠지만 그 앞에는 정국경색과 국민불신이라는 더 깊고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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