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26개 법안 중에는 광주보상관계법안이나 남북교류관계법안등 시급한 것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방송관계법안등은 논란이 워낙 분분하고 시간적으로 그렇게 급한것도 아닌데 굳이 그런식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보다 시기적으로 서둘러야할게 있다면 지자제관계법안인것 같은데 빠진게 좀 이상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아닌게 아니라 지자제관계법안이 빠진것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날치기 처리대상에 포함시켰어야 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적어도 13대 국회임기중에는 지자제실시를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때문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즉 국회가 언제쯤 날치기처리의 후유증을 치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상당기간 냉각기가 지난뒤에도 사퇴서를 제출한 야당의원들이 국회에 등원할지 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자당만의 단독국회에서 지자제관계법안을 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앞으로의 어려운 상황과 여건을 떠나서도 과연 여나 야가 모두 지자제를 실시할 뜻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지금까지의 경위를 살펴보면 여야가 지자제실시에 과연 진지한 태도로 임해왔느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년 정기국회당시의 여야의 약속에 따르면 지자제는 금년 상반기안에 지방의회선거를 하고 내년에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일정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형편으로는 내년 상반기 실시도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정당추천을 주장하는 평민당과 정당배제를 주장하는 민자당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여당은 정당배제를 내세우다가 정당추천으로 돌아서더니 다시 정당배제로 되돌아가 버렸다. 오락가락하던 여당에 비하면 야당은 일관성있게 정당추천을 주장해온 셈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유난히도 평민당이 정당추천을 강조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다른것은 몰라도 그것만은 고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 여당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온것은 물론이다. 여당의 강한 반발을 일으킬게 뻔한데도 그처럼 강한 의지를 표시한 것은 혹시 지자제 실시에 마음의 준비가 덜돼 뒤로 미루려는 생각이 있는게 아니냐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역시 마찬가지이다. 만일 정당배제로 지자제를 실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면 이번 날치기처리에 지자제법안을 포함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늦게 실시할수록 좋다는 평소의 소신이 작용했기 때문에 슬쩍 넘겨버린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자제관련법안까지 날치기로 처리할 경우 야당으로부터 더 큰 반발을 살 것이라는 고려도 작용했겠지만 이것은 지자제를 늦추는 하나의 구실로도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여하튼 6공이 열리면서 지자제를 향해 출마준비를 해온 지방정치 지망생들은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