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처총리도 반독발언 연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처총리도 반독발언 연루

입력
1990.07.17 00:00
0 0

◎세미나서 “독일인들 난폭”규정… 전유럽 발칵/“통독ㆍ유럽 새 질서 관련 영인 우려 대변” 분석영국 마거릿ㆍ대처정권의 감춰져있던 반독ㆍ반유럽통합성향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영국정가는 물론 유럽전체정계가 마치 벌집을 쑤셔댄 것처럼 요란하다.

사실 독일통일작업과 이에 맞물려 급속도로 진행돼온 유럽통합움직임에 대해 유독 「효과없는」브레이크를 걸어온 대처총리의 통독과 유럽통합에 대한 미온적 자세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는 했다. 그러나 대처총리의 오랜측근인 리들리통상장관의 스펙테이터지와의 회견내용 (본보14일자 4면보도)은 대처총리와 보수당내각의 반통독ㆍ반유럽통합감정이 상상이상임을 읽게 하는 것이었다. 리들리장관은 독일을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고 통독에 협조적인 프랑스를 「독일의 애완견」으로,EC관리들을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불합격품」 정치인들로 싸잡아 공격했던 것.

리들리장관의 즉각적인 회견내용취소와 사임으로 일단 가라앉을것 같았던 이 파문은 지난 3월 대처주재하에 있었던 「독일인에 대한 비공개세미나」내용이 15일 보도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디펜던트지가 특종보도한 이 세미나 초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독일인의 성격을 「불안감,공격성,고집,난폭성,이기적 자기중심주의,열등의식,감상주의」로 규정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독일인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대처총리의 결론이 내용을 다소 순화시키고 있을뿐이다.

그러나 온갖 모욕적용어가 나열된 이 초록을 보고 독일이 리들리장관의 발언당시 보여줬던 점잖은 대응자세를 견지할는지 의문이다.

서독자민당의 오토ㆍ람스도르프 당수는 리들리의 발언에 대해 『월드컵에서 패한데 따른 분풀이』라고 농으로 응수했고 콜총리도 『과대평가 하고 싶지않다』라고 짐짓 대범함을 보였으나 서독정부관리들은 사적으로 『얼토당토않은 모욕』이라고 흥분했었기 때문이다.

사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리들리의 발언에 대한 영국민의 반응. 보수당의원의 42%가 독일의 경제지배를 우려하는 그의 견해에 동조의사를 나타냈으며 일반 국민들의 94∼97%가 독일인을 공격한 발언에 지지를 나타낸 것으로 신문여론조사는 밝히고 있다.

따라서 대처정부의 이번 파문에 대한 평가절하자세에도 불구하고 리들리의 발언과 독일세미나에서의 반독성향은 「강력한」 독일과 통일독일이후의 유럽의 신질서에 대한 영국인의 일반적우려를 대변해준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영국인의 이러한 우려는 통독과 EC통합이후 영국이 더이상 유럽대륙에서 세력균형정책을 취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광스러운 고립」으로 표현되는 영국의 유럽분할정책은 나폴레옹시대이래 영국외교의 기본철칙이었다. 프랑스가 강성해지면 독일과 러시아와 연합해서,또 독일이 강력해지면 프랑스와 러시아와의 연합을 통해 유럽대륙에 지배적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막아왔다.

2차대전이후의 동서냉전구도 역시 영국이 주역은 아니었지만 영국의 외교적 이익에 합치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독일통일과 고르바초프의 「유럽일가」구상,그리고 이에 호응하는 EC의 통합노력은 영국이 유럽의 변방으로 전락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영국인들사이에 불러 일으켰고 이것이 급기야 리들리장관의 발언과 독일인세미나에서의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사태가 오히려 영국의 미래 위상을 점검하는데 도움을 주게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통일이라는 새로운 상황전개를 긍정적으로 수용,범유럽적기구창설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독일을 견제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반면 영국은 엉거주춤한 자세였다는 것이 이들 전화위복론자의 주장이다.

새로운 유럽질서속에서의 영국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하는 「유예되어왔던 논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는 것이다.<유동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