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0.07.15 00:00
0 0

독순술이라는 게 있다. 상대의 입술 움직임을 읽어 말뜻을 이해하는 걸 일컫는다. 그래서 영어로도 LIP­READING이라고 한다. 듣지 못하는 농아자들에게 정상적 대화를 가르칠 때 이같은 방법이 사용된다. 물론 수화법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과의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끈질긴 노력과 조기교육이 필요한 독순술이 권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아자들을 위한 이같은 독순술이 최근 미국 정가에서 도덕성 시비의 주역으로 등장,때아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비의 발단은 2년전 부시가 대통령선거때 내걸었던 유명한 슬로건 때문이다. 당시 듀카키스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했던 부시는 대통령에 당선돼도 절대 세금을 올리지 않겠음을 강조하기 위해 『내 입술을 읽어 달라』고 독순술적인 문구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부시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세금을 올려야겠다고 말해 2년전의 철석같던 공약을 스스로 깨버렸다. 그러자 일반국민은 부시가 지키지도 못할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셈이라며,도덕성 시비로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입술을 보고 있는 사이 정작 이빨사이로 흘러나온 건 거짓말이었다』는 노골적 공격마저 불사,미국 정가에 때아닌 입술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대통령선거때의 『믿어주세요』란 슬로건이나 중간평가 실시 약속을 들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또한 3당합당때의 국민을 위한 생산적인 민주의정 다짐 약속도 아직 생생하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운동때 정직과 헌신과 참다운 민주정치를 펼 것을 다짐하지 않는 국회의원이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국회나 정가에서 보이는 건 욕설ㆍ폭력ㆍ육탄전ㆍ기습ㆍ타협기피ㆍ무조건적 대결 등의 추태뿐이다. ◆이러다가는 그런 정치인들에게서 국민들의 마음이 차츰 떨어져나갈 게 불을 보듯 뻔해진다. 이제는 국민들도 정치인을 뽑을 때 그들의 거짓말을 가려낼 독순술뿐 아니라 폭력주의자인지를 가려낼 독신술,그리고 감춰진 속마음을 꿰뚫어볼 독심술까지 두루 갖춰야 할 지경이 됐다. 참으로 국민들을 피곤케 만드는 오늘의 정치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