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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유급」/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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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유급」/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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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또 비틀거리고 있다. 여당인 민자당은 다수의 힘으로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날치기 변칙처리하고 있다. 약한 소수야당 평민당은 몸으로 부딪쳐 보거나 아예 불참으로 여당의 단독국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여당이 막강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자 약소야당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이다.옛날 자유당ㆍ공화당 시절이나 유신시대 그리고 제5공화국과 같은 독재정권의 파행정치에서나 흔히 볼수 있었던 극한 대립이 민주화되었다는 6공화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할말을 잊고 있다.

너무나 한심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가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평소에 흥분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맥이빠져 버렸다. 아무리 발을 동동구르며 걱정해 보았자 정치인들은 반성하는 기색이 없기 때문이다. 의사당에서 고함지르고 던지고 주먹질 삿대질만 일삼고 있을 뿐이다.

여야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다.

거인여당은 언제까지나 소수야당에 질질 끌려다닐 수만 없다는 것이다.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는데도 한계가 있는데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있는 여당이 무책임하게 그냥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각종 안건의 일방처리에 대한 명분이다.

의석의 3분의 1이 안되는 소수야당은 거대여당이 시도하는 주요법안처리 등에 필사적 저지로 대응함으로써 수적 열세를 커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수적으로 보아 비교가 안되는 약소야당이 대여투쟁의 강도마저 약화시킬 경우 그들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영역이 좁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듣고보니 그럴듯 하지만 그러나 그런 광경을 매일 봐야하는 국민들은 지겹고 괴롭다. 근본적으로 무슨 대책이 있어야지,앞으로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 있느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심지어는 「저런 국회라면 없는 편이 차라리 나은 것 아니냐」는 극언까지 나오게 마련이다.

「국회를 없앨 수 없다면 지금 당장 총선이라도 해서 국회를 다시 구성하든지 해야지 이대로는 정말 더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인들 자신도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스스로 자인하면서도 날마다 벌어지는 의사당의 광경은 변함이 없다. 세종대학과 같은 파국은 「전원유급」이라는 극단적인 해결방안이라도 나오지만 이런 파행국회는 정말 구제할 도리가 없다.

각 당위에서 한바탕 벌어진 변칙처리파동은 이제 필연적으로 본회의장으로 옮겨지게 되어있다. 만일 이번 국회가 본회의 처리절차에서도 같은 파동을 끝맺을 경우 국민들은 유급과 같은 방안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종대학의 유급은 학적기간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국회의 경우 반대로 임기단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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