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의 불감증이 파멸 초래/「88년 합의」 재단측 번복이 불씨/학생들 해묵은 불신 겹쳐 폭발세종대의 파국은 지난 20개월동안 우려해온 최악의 사태가 현실로 닥친것이다.
세종대사태는 그동안 여러차례 수습국면이 보였으나 타협을 모르는 족벌재단의 전횡적인 학교운영,「학원민주화투쟁」을 내세워 선의의 학생을 볼모로 한 극렬 운동권의 무한투쟁,적절한 조치없이 대학의 자구노력만을 구두선처럼 외워온 문교당국 등 3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세종대분규의 발단은 88년 11월19일 재단ㆍ학생간에 합의한 16개항,그중에서도 총장직선조항을 문교부가 승인거부하고 재단에서 총장을 기습임명하면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학원가를 휩쓸던 「학원자주화투쟁」 열기가 세종대에도 고조돼 학생들은 43일간 원흥균당시총장(82ㆍ현 재단이사) 사무실을 점거농성한 끝에 국내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학생ㆍ직원이 사전심의한 총장후보를 교수회의에서 직선으로 선출토록하는 양보를 얻어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에 따라 88년12월 선출된 이종출총장(62)은 문교부의 승인을 못받고 10개월만에 사임,재단측이 박홍구총장(54)을 기습적으로 임명하면서부터 분규는 걷잡을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세종대는 이후 재단임명총장과 직선총장이 양립하는 「1대학 2총장」이라는 파행적인 학사운영을 하면서 두차례의 공권력투입과 대량징계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문제는 사실상 세종대가 안고있는 숱한 문제점가운데 겉으로 터져나온 불씨에 불과하고 재단과 학생간의 오랜 불신감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기계구실을 해왔다. 학생들은 88년에 합의한 16개항도 다시 신입생모집 반대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회유,89학년도 원서접수를 무사히 마치기 위한 재단측의 「전술」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단과 학교측은 분규가 일어날때마다 학생들의 요구에 일단 합의해놓고는 뒤늦게 발뺌하는 편법을 되풀이,불신감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87년에는 6ㆍ10대회 연행학생석방요구가 학사운영 및 재단비리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돼 1백일간 농성을 벌인끝에 도서관건립과 각종 복지시설확충 등 86개항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재단측은 이 합의가 정병선 당시학장의 개인적인 약속이므로 재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번복했다. 이같은 골깊은 불신은 학생들로 하여금 재단의 전권위임이 없는 총장과의 대화는 소용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게 만들었다.
특히 89년9월부터는 교수협의회소속 55명의 교수들이 재단측의 학교자금유용과 관련,시정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감에 따라 분규가 교수들간의 분열로까지 확산됐다.
이들은 재단측이 세종고등학교를 이전,신축하면서 12억원,도서관을 건립하면서 대여장학금기금에서 8억원 등 88년 한햇동안만 27억원을 불법유출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세종대 일부교수의 자질이 고등학교 교사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영하재단이사장과 최옥자전명예총장부부는 학교설립후 학장과 대학원장직 등을 번갈아 맡아오다 80년 형식상 학교운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지금까지 학교운영을 좌우해온게 사실이다.
또 아들 주명건씨(43)와 딸 주경란씨 등이 부학장과 교육학과장으로 재직하다 87년분규때 보직을 내놓은 것만봐도 세종대가 그동안 얼마나 족벌체제로 운영돼 왔는지를 알수있게 한다.
재단측은 교수의 자질보다는 주ㆍ하부부측근사람을 중용해왔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번 사태를 몰고온 책임은 물론 과격학생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학생지도부는 유급경고를 단순하게 「협박」으로만 간주,선수업정상화 후투쟁이라는 온건한 수순을 외면하고 강경일변도로 치달아 공부하고자 하는 선의의 동료들까지 희생시키고 말았다는 비난을 면키어렵게 됐다.
유급시한 마지막날인 지난10일 하오까지도 학생들은 『6월에도 대량제적 경고가 있었지만 실제로 제적된 학생은 몇명이나 되는가』라며 거듭된 경고를 무시해왔다.
세종대사태는 88년이후 5차례의 학사운영마비를 겪을 정도로 곪을대로 곪았으나 대학을 지도감독해야할 문교부가 그때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않고 뒷짐만 지고있어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교부는 휴업조치 71일만인 지난 6월2일 공권력이 투입된뒤 20여일후 경찰병력이 철수하자마자 학원이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한 것도 안이한 자세였다.
대다수학생들의 불이익을 대학발전의 전화위복기회로 만들기위해서는 곧 구성될 「대학정상화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분규의 원인을 짚어 개선하고 재단과 교수 학생들이 합심하는 길뿐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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