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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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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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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화나 악에 견디고 쓸데없는 오락이 없어도 지낼 수 있도록 길들여라」 고대 서양의 스토아파의 격언이다. 이 말은 사람의 욕망을 이성이나 의지로 억제해야 한다는 금욕주의 사상을 대변한다. 프로테스탄트의 정신도 금욕사상과 통한다. 서구의 시민사회 윤리는 쾌락을 추구하는 봉건사회에 저항하며 근대화를 이룩케 하였다. ◆동양의 금욕주의는 간혹 「청빈」으로 나타난다. 깨끗한 가난은 도덕적으로 더 높이 평가받는다. 가난하되 아첨하지 아니하며,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음을 덕목으로 삼았다. 지나친 금욕주의는 생활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겠으나,자제를 요구하는 범위내라면 오히려 생활에 긴장을 주고 건전한 기풍을 조성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자칫 고리타분한 느낌을 줄 듯한 금욕주의는 탈선의 원심력을 억제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엔 갈수록 탐욕이 범람하고 있다. 투기 밀수 마약 도박이 마구 성행하는 것 같다. 호화의류를 세관원과 짜고 들여다 사치층에 떼돈을 남겨 팔지 않나,주부들이 억대 도박판에 끼여들지 않나 참으로 어지럽기가 짝이 없다. ◆이 어지러운 판에 꼭 「참여」하는 계층이 있다는 게 또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그들은 이른바 저명인사의 누구이거나 고위층의 아무개라는 것이다. 하긴 그럴 만하다. 빈 털터리 신세가 무슨 날고 뛰는 재주로 호화밀수를 할 수 있으며 거액 도박판에 화려한 손을 내밀 수가 있겠는가. 탐욕도 부릴 만하니까 부리게 된다. 이들의 푸념은 한결같다. 남의 일에 간섭말라고 배짱이 두둑하다. ◆탐욕은 죄악의 씨앗이다. 자기 파멸은 물론이고,그들이 속한 사회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불안을 일으키게 한다. 쇠고랑을 찬 다음에 얼굴이 비칠까봐 손으로 「염치」를 감싸지 말고 금욕의 정신을 미리 터득했더라면 그런 망신살은 면하지 않았겠는가. 금욕주의의 퇴색한 의미를 새롭게 새겨볼 만하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게 사는 게 사람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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