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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적 유급 대학사에 첫 기록/극한 대립이 부른 「세종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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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적 유급 대학사에 첫 기록/극한 대립이 부른 「세종대 사태」

입력
1990.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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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회투쟁ㆍ등록금 거부 등 재연 불씨 여전/신입생 모집 못해 학교 재정에 타격 심각/“재단수술 후유증 최소화” 중론대다수 세종대생의 유급이 11일 확정됨으로써 우리나라 대학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문교당국의 수차례 유급경고를 「협박용」으로 간주하고 수업정상화를 외면해 온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한학기 유급이 기정사실이 돼버렸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온 문교당국과 학교측 역시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생각해 볼 때 책임과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3자 모두가 피해자이며 세종대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는 데 더 심각성이 있다. 4천여명에 이를 대량 유급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파문과 후유증에 대학사회가 진통을 겪을 것이며 유급철회를 목표로 한 또다른 투쟁이 전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종대 사태의 발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총장선출 문제도 여전히 불씨로 남겨진 상태이다.

정부는 11일 밤 문교 내무 법무 공보처장관과 안기부장까지 참석한 긴급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유급시한을 넘기고도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세종대 사태의 해결을 더이상 미룰 수가 없다는 결론아래 전원 유급이냐,일부 구제냐를 두고 3시간이 넘게 숙의했다.

심야회의의 분위기는 전원 유급을 전제로 한 휴교령 발동이라는 극약처방이 대세였으나 정원식문교부장관이 교육적 차원에서 선의의 학생만은 구제해야 마땅하며 학교가 폭력화되면 그때 다시 휴교령을 검토하자고 제의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급대상자의 정확한 숫자를 쉽게 파악할 수 없으며 집계에만 1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학생 4천6백여명의 개인별 수강신청에 의한 수업참석여부가 교수별 시간별로 파악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급선별은 학칙에 의해 세종대가 해야 할 일이지만 문교부는 대략 4천여명선이 될 것으로 보고 최소한으로 잡아도 3천5백여명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추산은 임시휴업령 해제일인 6월25일부터 7월10일까지의 평균수업률 13.6%(6백여명)을 근거로 한 단순계산이다.

문교부는 유급시한이었던 7월10일까지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법정최저수업기간인 14주를 채우는 8월30일까지 하루도 결석없이 수업을 받아야만 유급에서 면제된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지금까지 줄곧 강의에 빠진 학생들이 지금부터 수업에 복귀하겠다고 하더라도 유급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문교부는 일요일 수업,보충수업으로 모자라는 수업시간을 채우는 편법은 일체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선별구제노력 역시 유급을 당한 학생들이 학교를 점령하고 폭력사태를 빚게 된다면 휴교령 발동으로 이어져 자동적으로 전원유급되는 상황이 빚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은 이같은 우려때문에 그동안 선의의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수업거부와 시위농성을 주도해온 주동급학생 40여명을 조속히 검거,격리한다는 태세여서 무더기 구속사태가 이어지게 됐다. 학생들의 피해도 막심하지만 4천여명의 유급으로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게 된 학교측이 입을 타격도 심각하다. 4학년생중 유급되지 않고 정상졸업한 인원만큼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지 않겠는가 라는 것이 일부 학교 관계자들의 기대였으나 학과별로 정원이 결원된 숫자만큼 뽑아 혼합학년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따라 세종대는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받아 학교발전은 커녕 침체상태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됐다.

올해 세종대의 예산 80억원중 학생납부금 의존율은 다른 사학의 80%선 보다 높은 87%선. 또 92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할때 지원을 꺼리는 학생이 많아지면 일부 정원 미달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세종대는 결국 수년내에 학교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설립자인 최옥자 전명예총장(71)과 남편인 주영하이사장(78)은 이미 퇴진했거나 11일 물러나 법적으로는 학교운영에서 멀어지게 됐다.

학교재단인 대양학원은 이날 이사회를 소집,이사장과 이사 7명을 절반가량 개편했는데 그렇다해도 최씨와 주씨를 실질적 주인으로 보고 있는 학생들이 새재단과 대화에 나설 것인가도 의문스럽다.

문교부는 일단 관선이사파견은 배제,새 이사진이 학교경영을 전면 쇄신하고 학사행정에 일체 간여하지 못하도록 감독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교부는 학생들이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학생참여에 의한 총장선출방식을 교육적 차원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불씨와 함께 대다수 유급의 후유증은 학교안팎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여 세종대 사태는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시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학교안으로는 극심한 유급조치 철회농성과 재등록금 납부거부투쟁,유급자와 정상진학자간의 갈등,학사행정의 기형적 운영,교직원들의 사기저하 등이 충분히 예견된다. 이런 문제들은 곧 구성키로 한 학교 학생 교직원 및 동창회 학부모 대표가 참여하는 대학정상화대책위원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이다.

대외적으로는 세종대의 이미지 실추로 인한 취업난 가중도 우려되며 세종대 분규를 조장하거나 개입한 전대협등 대학운동권에 끼칠 영향도 클 것으로 분석된다.

유급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투쟁을 이끈 운동권은 우선 학생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사회일반의 대학운동권에 대한 도덕적 비판 여론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폭될 것이다.

재단과 학생의 「자폭」으로 끝난 세종대 사태는 우리나라 대학사에 치유할 수 없는 파편으로 박혀 대학인은 물로 우리 사회에 대학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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