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유제품에 밀려 우유를 버린다/코코아 조제ㆍ버터등 홍수/분유 적체… 기업집유 거부/인력난ㆍ비수기ㆍ수매가 하락… 농가 삼중고전국 축산ㆍ낙농가가 최악의 생존위기에 처해있다. 한우값이 좀 올랐다싶으면 당국은 이미 들여와 비축해 놓은 수입쇠고기를 무제한 방출,축산농가는 재미는 커녕 채산성악화로 설자리를 잃고있다.
또한 80%이상이 분유성분인 초콜릿원료 코코아조제품이 수입자유화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낙농가들은 땀흘려생산한 우유를 길바닥에 쏟아버리고 있다. 기껏팔았다고 해봤자 제값은 커녕 현찰대신 분유나 치즈 혹은 시판우유제품으로 받기 일쑤다.
농림수산부당국은 70년대 후반만해도 초지조성자금을 지원하고 외국의 젖소를 대량수입,농가에 보급하는 등 낙농진흥정책을 폈으나 농축산물시장이 개방된후 외국의 각종 유제품이 밀려들어오자 숫제 젖소를 도태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6월말 현재 분유적체량이 1만7천톤에 이르자 유가공업체들은 낙농가가 생산한 우유의 수매를 거부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낙농가들은 여름철 우유소비가 비수기에 접어든데다 각급 학교가 방학으로 학교급식마저 끊길 형편에 놓여 있는데다 농촌의 고질적인 인력난때문에 생산비는 계속 상승하는 반면 우유가 공업체의 집유량과 수매가는 갈수록 떨어지는 2중ㆍ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축산물수입개방◁
축산농가만큼 수입개방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계층은 없다.
쇠고기는 수입개방의 선도품목으로 한우쇠고기값이 오를라치면 정부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외국쇠고기를 수입,풀어놓아 지난 85년에는 소값이 개값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하락하는 「소파동」을 겪는 등 축산농가는 수입개방의 가장 큰 피해를 보아왔다.
국내가와 수입가의 차이때문인지 쇠고기수입에 이권마저 생겨나 이른바 「병든소」도입 등을 들러싸고 소수입문제는 5공비리와 연계돼 축산농가를 분개시키기도 했다.
축산농가들은 소값이 다소 오를때는 물가안정이란 명분을 내세워 쇠고기를 무한정수입하고 소값이 떨어질때는 속수무책이 었다고 지적,『정부당국이 축산농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축산농가들은 정부가 근년들어 소값이 다소 오르자 국내한우사육기반 붕괴에 따른 문제점을 고려치 않은채 절대 수입하지 않겠다던 쇠고기를 88년 수입재개한후 2년도 채 안돼 올해 8만여톤을 수입한다는 것은 자신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처사라고 분개하고 있다.
유장 탈지분유 전지분유 버터 치즈 등 유제품은 지난해 2만7천3백41톤,시가로는 5천5백73달러어치가 수입되고 올해들어서도 4월말 현재 8천3백32톤이나 수입됐다.
여기에는 85∼90%가 분유인 코코아조제품이 제외돼 있는데 코코아조제품수입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 지난해에 3천3백톤,올 4월말현재 벌써 지난해 수준에 육박하는 2천8백74톤이 수입됐다.
코코아조제품 수입업체들은 거의가 국내굴지의 제과업체들로 지난해의 경우 롯데제과가 가장많은 2천11톤,해태제과 4백51톤,네슬레식품 2백36톤 등을 들여와 대부분 초콜릿제조용으로 사용했다.
또한 분유가 30%정도 함유된 이유식도 매일유업이 서독 밀루파사와 기술제휴명목으로 1천톤이상 수입했는데 이를 분유로 환산하면 3백여톤이 수입된 셈.
이밖에 미군PX 등 부정유통단계를 통해 시중에 판매되는 버터 치즈 분유 등 유제품도 연간 1만5천톤으로 추정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따라서 유제품수입통계에서 제외된 분유 치즈 등도 상당한 양으로 추정돼 그만큼 낙농가들은 설자리를 잃고있는 셈이다.
▷우유폐기◁
유제품수입개방으로 국내수요가 줄어들고 지난해부터 『우유가 인체에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소위 「이상구신드롬」의 영향으로 우유소비가 줄어들자 국내유업체들은 낙농가로부터 원유수매를 사실상 감량하고 있다.
특히 유업체들은 지난2월 농림수산부가 적체분유 5천톤을 3∼4월중 수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피해를 낙농가에게 전가,집유를 거부하거나 제한하는가하면 납품대금을 분유나 치즈 시판우유 등 물품으로 현찰대신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3일에는 서울우유에 납품하고 있는 강원 춘천축협소속 낙농민 40여명이 회사측으로부터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로 집유를 거부당하자 20㎏들이 원유 10통을 춘천시 후평동 축협공판장에 쏟아버리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강원도의 경우 가공업체의 집유거부로 3일동안 50여톤을 길바닥에 쏟아버리는 등 지난 1∼2월 전국적으로 낙농가들이 원유를 폐기처분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최근(6월19일) 조사한바에 의하면 이같은 폐기소동후 정부당국의 조정으로 집유는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나 경북 월성 영덕 경산낙우회소속 낙농가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초과생산분에 대해서는 수매를 제한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양유업에 납품하는 경북 상주낙우회소속 농민들은 납품대금을 최근 12%까지 분유로 지급받고있는 등 전국대부분의 농가들이 대금의 4∼5%를 유제품으로 지급받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 용인군 수기면 고기리 화열목장주인 이화렬씨(41)는 『올들어 2번이나 납품대금을 전지분유로 받았고 2차례나 원유에 대해 불합격판정을 받아 우유를 내다버렸는데 이는 남아도는 재고를 해결키위한 유가공회사의 횡포같다』고 불평했다.
▷분유적체◁
코코아제품의 수입급증과 우유소비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유는 쌓여만가고 있다.
지난 6월10일현재 국내 분유재고량은 1만6천3백65톤으로 적정재고량 7천톤을 1만톤가량이나 최과하고 있다.
정부가 수매를 약속한 5천톤을 제외하더라도 앞으로 상당량의 분유가 소비되지 못한채 폐기처분되거나 송아지 먹이 등 사료로 처분해야 할처지다.
낙농가들은 분유의 대량적체현상의 주요원인을 분유가 85∼90% 함유된 코코아조제품의 수입을 정부가 무제한 허용했기 때문으로 믿고있다.
지난 87년부터 지난 4월말까지 수입된 코코아 분유는 모두 6천6백11톤으로 이를 수입하지 않았다면 분유잉여재고량의 70%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낙농육우협회는 분유의 잉여재고가 늘어남에 따라 전국 낙농가들은 3백50억원,그에 따른 덤핑판매로 1백20억원 등 모두 4백70억원이란 막대한 피해를 입고있다고 주장했다.
낙농민들은 『순수 코코아는 15%정도인데도 수입품목을 분류체제(HSK)상의 이유만으로 코코아조제품을 유제품으로 분류하지 않고 수입을 무제한 허용하는 것은 상시밖의 일』이라며 『이같은 무분별한 수입자유화조치를 계속 방치한다면 국내낙농업은 파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낙농가의 요구◁
낙농육우협회는 10일 여의도집회와 관련,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분유적체의 장기화와 정부의 대안없는 쇠고기수입정책으로 70만낙농육우 농가가 생활터전을 잃고 고사직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타개책으로 ▲정부가 공약한 분유 5천톤의 즉각수매 ▲회기적인 학교우유급식을 위한 예산정책 ▲코코아 등 분유제품의 수입자유화철회와 PX제품 등 부정외국유제품 단속 ▲낙농가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될수 있도록 낙농진흥법개정 ▲배합사료 및 축산기자재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영세율적용 등 9개항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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