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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스스로가 길 찾아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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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스스로가 길 찾아야(사설)

입력
1990.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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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유급시한인 10일에도 세종대사태는 별로 나아진 데가 없다는 보도다. 총장의 공권력 투입요청을 받은 경찰은 이날새벽 8백여명의 경찰병력을 대학외곽에 집중배치해 수업거부 주동학생들을 캠퍼스내 농성거점에서 쫓아내고 「억지수업」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으나,막상 강의가 시작된 상오에 강의가 있는 31개 학과중 가정과ㆍ무용과ㆍ체육과 등 불과 20%만이 정상수업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특히 경찰투입소식을 미리 알고 피신했던 일부 주동학생들이 일반학생들틈에 끼어들어와 수업상황을 돌아보러 왔던 정원식문교장관이 탄 승용차를 부수는등 행패마저 부렸고 등교한 학생들도 강의실에 들어가지 않고 서성대기만 했다니,이를 어찌 「파국의 사태」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87일동안이나 수업을 못해 극한상황에 처한 세종대에 대한 문교당국의 조치가 어떻게 내려질지가 우선 최대의 관심일 수밖에 없게 됐다. 세종대사태를 벼랑끝까지 몰고온 학생들은 극렬운동권인 주동학생 50여명과 적극가담자 1백50여명등 2백여명쯤 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세종대 전체학생 4천6백명의 5%도 안되는 숫자다. 5%도 안되는 극소수 학생들이 95% 학생들의 수업권한을 짓밟아 「전원유급위기」까지 몰아왔다면 그들을 참된 학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재단과 대학의 학사업무책임자들,그리고 뜻있는 수많은 학부모들은 그 오랜 진통과정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다가 오늘의 비극적 상황까지 밀려 국민들의 이해와 동정심마저 잃어버리기에 이르렀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종대사태를 보는 많은 국민들사이에는 수업일수를 더이상 단축해주는 편법이 있어도 안되고 재단과 대학ㆍ주동학생들에게 관용이 베풀어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법대로 처리해야한다는 소리마저 높다. 수업을 못해 당하는 직접피해도 크지만 국민감정마저 등지게 된 세종대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를 세종대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사태의 근원을 찾자면 세종대재단의 족벌경영을 제일 먼저 꼽아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많은 사학들이 민주화과정에서 비슷한 진통을 겪기는 했지만 유독 세종대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 족벌 경영이 유별났다는 것의 반증이랄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사태의 깊은 뿌리가 재단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주동학생들의 투쟁방식이나 그것을 방관한 학부모들의 자세가 정당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학생의 책무는 어디까지나 미래에 대비할 학문연마와 인격 함양이 제일이며,현실비판이나 비리를 바로잡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학생신분에 걸맞고 지성인다운 행위가 전제되어야만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세종대사태에서 재단과 대학과 주동학생등 3자 어느 누구에게서도 대학인다운 면모를 찾을 수 없었음을 애석히 생각하며 절대다수 학생들의 수업권을 유리한 처사에 대해서는 단호한 제재조치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같은 극한적인 조치를 모면하고 선의의 학생들에게까지 「유급」이란 대학사상 초유의 비극이 안겨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세종대인들이 오늘 이순간부터라도 냉철한 이성을 회복,스스로를 구하는 데 합심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라고 권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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