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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전고위간부 올레그ㆍ카루긴 인터뷰/모스크바뉴스지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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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전고위간부 올레그ㆍ카루긴 인터뷰/모스크바뉴스지 전재

입력
1990.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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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KGB는 개혁 사각지대”/아직도 「국가속의 국가」로 군림/공산당지도부,정보독점 계속/왜곡된 보고 많아… 정치사찰 중지ㆍ조직 축소해야【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소련의 개혁파주간지 모스크바뉴스지는 지난 7월1일자에서 소비밀경찰 KGB(국가보안위원회)의 불법활동과 난맥상등을 폭로한 전레닌그라드시 KGB부책임자 올레그ㆍ카루긴 소장(56)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주미대사관 1등서기관과 KGB대외정보국부국장을 지낸 카루긴은 KGB의 정치사찰중지와 의회에 의한 감독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고르바초프에게 보냈다가 지난해 강제퇴직당한 인물이다. 카루긴은 최근 공산당내 급진개혁세력인 「민주강령」에 참여,각종집회와 시위에서 KGB의 비리를 폭로하며 신랄한 비판을 감행,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뷰내용을 전재한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새로운 정치세력이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상황이 KGB를 포함한 모든 국가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급격한 사회적 변화가 있을 때면 국가질서수호 임무를 띤 KGB에도 개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대독재자들의 주된 통치수단이었던 KGB조직과 권한은 거의 변함이 없다. 개혁 6년째에 접어든 현재도 KGB는 「국가내의 국가」로 남아 있어 어떤 정부도 분쇄할 수 있는 가공할 힘을 갖고 있다.

KGB는 군정보기관을 포함한 모든 정보ㆍ보안기구를 통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KGB위원장이 공산당 정치국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공산당독재폐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산당지도부가 KGB가 공급하는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KGB요원들도 오늘날 민주화개혁 가도에 있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KGB는 본질적으로 엄격한 군과 같은 규율과 복종관계로 이뤄진 조직이다. 이 때문에 비밀분류방법의 재평가등 단순한 문제의 개선을 공개주장한 요원들도 강제은퇴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KGB의 핵심층은 보수적이란 말인가.

▲고르바초프의 「신사고」선언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KGB요원들은 공산당이 주입한 낡은 스테레오 타입을 맹종하고 있다. KGB는 아직도 외국정보기관,해외이민단체,시오니즘,교황청등을 공산당이 말하는 「국제제국주의」의 중심들로 간주하고 있다.

­악명높은 이념담당부서인 KGB 제5국은 폐지되지 않았는가.

▲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KGB지휘부는 노동자운동조직에 침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차르시대의 비밀경찰이 정치조직에 침투활동을 펴던 관행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5국이 없어졌지만 「비공식단체」들에 대한 침투공작을 포기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KGB는 국가최고지도부에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정보의 왜곡된 평가나 무시는 언제나 있다. 예를 들어 68년 체코사태당시 KGB는 신속한 대응이 없으면 나토의 침공이나 쿠데타우려가 있다는 불안감을 국가지도부에 조성했다. 당시 워싱턴 근무중이던 나는 미 CIA가 개입치 않고 있다는 보고를 보냈으나 이 보고는 무시됐다.

국내활동의 경우에도 지역 당책임자등의 개입으로 KGB의 정부보고가 왜곡되는 것을 실제 경험했다. 레닌그라드시 KGB부책임자로 있던 지난 83년 한 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 당시 레닌그라드지역 당 제1서기 로마노프의 압력으로 엉터리 보고서를 올려야 했었다. 또 26차 당대회와 관련,인민들이 지도부의 노령에 우려를 갖고 있다는 보고서귀절을 역시 60대인 레닌그라드 KGB책임자가 삭제한 적도 있다.

­대외정보업무를 20년간 취급한 경험에 비춰볼 때 KGB의 국내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KGB는 공산당의 최고위급관리들에 대해서는 사찰을 하지 않는다. 자이코프가 레닌그라드지역 당 제1서기가 되자마자 KGB는 자이코프에 관한 모든 기록을 폐기했다.

그러나 고위급관리가 아닌 모든 사람의 전화는 지역 당 제1서기의 허가만으로 도청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법원이나 검찰의 허가를 얻어야만 일반인의 전화를 도청할 수 있다.

­브레즈네프시대가 KGB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브레즈네프시대는 KGB에도 해악을 미쳤다. 정보전문가들이 당관료들에 의해 밀려나고 정실주의가 만연했다.

지난 10년간 KGB의 변절자발생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바로 이같은 관행에 대한 환멸 때문이다.

대외정보국부국장일때 브레즈네프의 측근인 치네프 KGB수석부위원장이 갓 KGB학교를 졸업한 요원을 서유럽의 주요포스트로 보내라고 압력을 가해왔다.

나는 일부러 이 신참을 독자적재정권을 갖는 무역사무소대표로 파견했다. 예상대로 이 친구는 오래된 저택의 출입문손잡이까지 모스크바로 빼돌리고 사무실 공금을 횡령하는 한편,거짓보고만 되풀이,결국 1년만에 본국으로 소환됐다. 불행하게도 이같은 사례는 희귀한 것이 아니다.

­30년간 일해온 조직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외무부국장을 지낸 KGB요원 맥리언은 『매일 프라우다를 읽는 사람은 난공불락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편향된 정보에만 익숙,사물의 한쪽만 보도록 강요된 사람은 사고능력이 소멸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체코침공당시 도브리닌주재대사와 나는 침공결정에 충격을 받고 분노했으나 이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페레스트로이카에 희망을 걸었으나 결국 나는 강제은퇴를 당했다.

KGB는 탈정치화,탈공산당통제를 이룩해야 한다. 모든 정치사찰을 중지하고,조직을 절반으로 축소,대통령의 직접통제하에서 의회와 언론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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