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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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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초가는 마포구 상암동 283번지에 있다고 한다. 건평 30평 크기라니까 작은 집은 아니다. 46세의 회사원 이병기씨 가족 3대 5명이 살고 있는 이집은 벌써 1백년이 넘은 고가다. 겨울이면 참새들이 지붕에 보금자리를 틀고,근처 국민학교 아이들이 초가를 그린다고 몰려든다. 그런데 이 마지막 초가가 도시계획에 밀려나게 됐다. ◆마포구청은 이 집을 헐겠다는 「최후통첩」을 올들어 두차례나 보냈다고 보도된 것이 지난 3월 이었다. 아파트값 비싸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도 20년전까지만 해도 땅파고 물고기잡이로 사는 토박이들의 동네였다. 이들 토박이들은 이제 「압구정동 향우회」를 만들어 해마다 3월 「고향찾는 날」을 정해두고 아파트촌 은행나무를 찾는다고 한다. ◆개발은 불가피하지만,자연을 파괴하고,그 속에서 살아온 인간에게 엄청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다. 그만큼 도시개발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뼘도 못된다고 할만한 땅에 전국 인구의 4분의1이 몰려있는 서울은 지금 70년대이후 최대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과밀화」를 막기위해 만들어 놨던 갖가지 규제들이 야금야금 풀렸기 때문이다. ◆88년 올림픽은 서울 도심을 밤이면 텅 비는 재벌의 땅으로 바꿔 놓았다. 소위 도심 재개발사업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전세값이 두배까지 뛰면서 도심 재개발 못지않은 큰 변화가 또 일고있다.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건폐율이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주고,녹지나 풍치지구를 풀어 집을 짓게하는 개발정책 때문이다. 88년이후 2년반동안 녹지 1백56만평이 사라졌다. ◆서민의 「집없는 설움」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계획의 원리ㆍ원칙을 지키는 한도안에서 주택공급계획을 짜야한다. 더군다나 정부는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분당ㆍ일산에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은 세계 최대의 시멘트도시요 임대주택도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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