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지난 2일부터 제28차 소련공산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런던에서는 5ㆍ6일 이틀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16개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전후 반세기 가깝도록 「철의 장막」 너머로 맞서온 동서가 이번엔 병풍을 가운데에 놓고 같은 의제로 제각기 회의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같은 의제」란 두말할 것도 없이 「새로운 유럽」이다. 그것을 모스크바의 입장에서 보자면 「개혁ㆍ개방」의 문제요,서방측에서는 군사동맹체인 「나토」의 장래문제가 된다.
모스크바에서 아직도 심각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나토 16개국의 정상회담에서는 「냉전의 종식」에 도장을 찍은 23개항의 성명이 나왔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된 북대서양기구에 관한 런던성명」은 병풍너머 동쪽에서 열리고 있는 소련공산당대회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런던성명은 「냉전은 끝났다」는 것을 나토의 이름으로 확인한 것이다. 나토는 『냉전에서 우리의 적이었던 동유럽국가들에 우정의 손길을 뻗쳐야 한다』하고,나토와 동유럽국가들이 외교관계를 수립하자고 했다. 이것은 지난해 12월초 미소 두 나라 수뇌가 몰타에서 합의했던 「냉전종식선언」을 나토가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런던성명에는 여기에다 몇가지 구체적인 군사전략적인 제안이 포함돼 있다. 연내에 재래식 군비감축협상을 끝내고,유럽안보협력기구(CSCE)를 상설기구화해서 활성화하고,유럽배치 핵포탄을 전면 철거한다는 것등이다.
「나토의 정치적 요소 제고」라는 성격변화를 표현하는 가장 큰 변화는 기본전략의 변화에 있다. 동서독 접경에의 전투력의 전진배치를 분산배치로 바꾸고,신축성 있는 핵대응전략인 「유연대응」 전략을 포기하고 핵은 「마지막수단」으로 못박은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체제변화는 바르샤바동맹의 와해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동시에,군사동맹으로서의 나토의 기본골격유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방측으로서는 무엇보다도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못박고,동시에 고르바초프의 개혁노선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가능하다면 보수파와의 대결에서 고르바초프가 안정된 지지기반을 굳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두 마리의 토끼를 겨냥한 「런던성명」은 모스크바에서도 고르바초프측으로부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런던성명은 그러나 9일 미국의 휴스턴에서 막을 올리는 서방측의 「경제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나오느냐에 따라 그 구체적 결과가 영향받을 것이다.
서독과 프랑스가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에 대한 대규모 경제원조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미국과 일본은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다. 런던성명이 유럽에서의 군사적 대결체제의 종식을 선언했다면,휴스턴 회담에서는 앞으로 동서경제협력관계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어쨌든 부시 미국대통령이나 영국의 대처총리도 장담한 것처럼 6일의 런던성명은 전후냉전체제 해체라는 관점에서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유럽과는 달리 동북아에서는 냉전체제청산의 뚜렷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우리는 또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평양측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주목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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