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반환” 요구 대응 첫공개/다당제 앞두고 인쇄소등 분배주장 급진파와 마찰/재정도 당정분리 불가피… 세금 첫 납부 연수입 감소【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총재산 49억루블(82억달러)에 연수입 10억루블(17억달러). 현재 열리고 있는 28차공산당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소련공산당의 재산내역이다. 지난 3일 업무보고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당소유재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이며 이중에는 5천2백54채의 지방당빌딩과 2억1천2백만루블(3억5천5백만달러) 상당의 학교건물,4억루블(6억8천만달러) 상당의 휴양시설 및 당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인쇄소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당고급간부가 소유한 다차(호화별장)와 고급승용차,그리고 당간부용 특수상점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공산당이 실제 보유한 재산은 49억루블을 훨씬 웃돌 것으로 짐작된다.
소련 공산당이 재산내역을 대강이나마 공개한 것은 글라스노스트정책의 확대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공산당권력독점포기이후 산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당재산의 국가반환요구에 응전하기 위한 사전준비작업의 성격이 짙다.
당재정보고에 나선 중앙위위원인 니콜라이ㆍ크루치나는 재산을 넘겨달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요구에 맞서 싸울 것을 선언했다. 그는 당재산 몰수주장은 『당의 물적기반을 박탈,당을 약화시켜 정치투쟁에 나설 수 없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당재산의 대부분은 1천9백만 당원의 당비로 조성돼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새로운 소련헌법에도 재산의 법적소유자만이 이를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의 고위간부가 당재산보유의 합법성을 들고나온 것은 공산당이 다당제도입 헌법개정이후 재산반환요구에 얼마나 수세에 몰리고 있는가를 반증해 준다. 볼셰비키혁명이후 공산당은 지난 72년동안 유일정당으로 군림해오면서 정부재산을 거리낌없이 이용해왔다. 공장관리인들은 공장내 당세포조직으로부터 회합장소제공등 지원을 강요받았으며 이는 경영의 부실화를 초래한 한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은 지방선거를 통해 급진개혁파 및 비공산세력이 몇몇 지역에서 행정권을 장악하면서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의 대표적 사례가 모스크바시.
지난 4월 가브릴ㆍ포포프 등 급진개혁 세력의 지방선거 승리로 행정권을 이양하게된 공산당 관리들은 인수인계과정에서 모스크바시 공산당위원회와 모스크바시위원회의 공동소유로 되어있던 모스코프스카야지와 베체르나야 모스크바지를 넘겨주기를 거부했다.
이와 함께 이들 공산당관리들은 시당국이 보유했던 몇채의 건물마저 연방공산당에 기증해 버렸다.
이에 대해 포포프시장은 시재산을 되찾기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스크바시의 경우에서 처럼 새롭게 등장한 정치세력과 공산당과의 재산권분쟁은 우선 출판ㆍ인쇄시설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리투아니아사태 당시에도 중앙정부에 충성하는 공산당은 무엇보다도 인쇄시설보호를 위해 군대파견을 요청했었다.
따라서 공산당이 당대회를 계기로 부랴부랴 재산내역을 공개한 것은 그동안 모호했던 정부재산과 당재산간의 구분을 분명히 해 다당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보다 심각하게 제기될 당재산국유화 혹은 분배요구주장에 대처해 나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산당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한 「민주강령」의 지도자 세르게이ㆍ스탄케비치는 당재산국유화문제는 한쪽 당사자인 공산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최고회의(의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민주강령은 아직은 공산당소속이기는 하지만 당대회이후 새로운 정당으로 독립해 나가겠다고 일찍부터 공언해온 정치단체. 민주강령지도자의 이같은 발언은 예정대로 분당하게 될 경우 민주강령도 당재산배분요구에 가세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주목된다.
3일의 당재정보고과정에서는 당이 처하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이 솔직히 공개돼 소련이 당우위사회에서 법치주의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당간부들은 지난해 10억루블의 연수입은 예년보다 하락한 것이라고 밝히고 이는 출판수입중 일부를 사상 처음 세금으로 납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이로인해 추가로 2억루블의 수입감소가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산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당비납부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당재정을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됐다. 게다가 개인당 당비납부액마저 수입의 3%선에서 인하조정되었기 때문에 이부분에서도 수십만루블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보고를 행한 당간부는 이와 같은 재정악화로 지난해에 29만3천명의 유급직원이 해고됐다고 밝히고 현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당관료조직의 구조개편과 지출삭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1당독재체제에 안주해왔던 소련공산당은 다당제도입에 따라 재정자립이라는 또하나의 험난한 과제를 떠안게 되었음을 이번 당대회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는 대회장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보수개혁파의 논전과는 상관없이 재정면에서는 당정분리가 보다 엄격하게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