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서 지자제와 연계 저지공세/여내서도 “인플레 자극” 일부 반발 더 복잡/예결위가 주전장… 표결처리로 진통 예상○…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1조9천8백억 규모) 처리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중반국회가 또다시 뒤뚱거리고 있다. 서울시 예산전용시비와 관련,강영훈총리가 시인 사과한 다음날인 4일 여야는 예결위를 구성,6일부터 예산심의에 착수하려했다. 그러나 5일까지 끝내기로 했던 상임위 예비심사가 지자제등 당면 정치현안과 맞물려 추경소위 구성에서부터 진통을 겪는가하면 여당이 설정한 시한에 쫓겨 6일 대부분 상위에서 예산안이 소란속에 표결처리되는 「모양 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추경처리 일정상 이날까지 상위 예비실사가 끝나지 않으면 국회의장 직권으로라도 예결위로 이송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으나 먹혀들지 않으니 「칼」을 뽑을 수밖에 없다는 게 민자당의 설명. 하지만 이번 국회 첫 무더기 표결사태에도 불구,재무ㆍ경과위에선 여러사정으로 처리가 내주로 미뤄지는 바람에 예결위활동도 덩달아 연기됐고 야당이 예결위에선 두터운 벽을 치겠다고 벼르고 있어 전도는 더욱 불투명하다.
본예산도 아닌 이번 추경예산안이 전례없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물가불안이 최대의 정국현안인 시점에서 사실상 통화증발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업비위주의 예산편성이 타당하느냐는 게 첫째. 여기에다 추경항목중 6백억원에 달하는 일반예비비가 안기부예산 증액이라는 논란을 낳는등 구체적 내역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보다 깊은 이유는 이미 평민당이 누차 공언했듯 지자제와 예산심의의 연계전략 때문. 교통난등 5대 당면과제의 해결을 위해선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주장을 어느정도 인정한다해도 4당체제때의 「지자제 합의」를 뒤엎고 나선 민자당정권의 신뢰성을 믿을 수 없는 만큼 먼저 지자제합의를 지키겠다는 선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윤부총리가 6일 아침 김대중 평민당총재를 찾아가 추경편성의 배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을 때도 김총재는 이 점을 재차 강조하고 정당공천에 의한 지자제실시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또 하나의 관심은 민자당내에서도 사업예산위주의 이번 추경내용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는 것.
지난 5월 예산관련 당정협의때 당의 6인경제특위는 물가안정이 당의 사활문제가 직결돼 있다는 인식아래 추경편성자체를 반대,당정간 논쟁을 벌인 바 있다. 결국 청와대등이 추경을 강력히 밀어붙여 당은 예산규모를 5천억정도 줄이는 선에서 양해했지만 인플레를 자극할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국회심의때 두고보자』고 별러오기도 했다.
5일 민자당의 국정대토론회에서 이부총리가 추경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최각규의원이 『지하철ㆍ상수도도 급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선 정부가 긴축의지를 보인 뒤 국민들에게 과소비억제등 절약을 호소해야 한다』고 공박한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올해 예산(23조3천억원)과 총통화(60조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2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정국의 걸림돌로 크게 부각된 배경엔 이렇듯 여야간,당정간 시각차와 구체적 내용의 문제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이다.
○…초반상임위 활동의 발목을 잡고있는 추경예산은 『심의자체를 마냥 늦출 명분이 없고 어차피 주전장은 예결위』라고 평민이 힘을 아낌에 따라 재무위 몇몇 상위를 제외하곤 일단 상임위 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추경예산을 계기로 지자제등 정치쟁점을 다시 부각시키는 효과를 어느정도 거뒀다는 평민당의 판단과 지난번 예산전용문제를 통해 얻어낸 국회운영의 이니셔티브를 무턱대고 밀기보다 국면에 따라 적절히 「안배한다」는 복안에 따른 것.
그러나 추경예산이 경제현실이나 경제이론면에서 설득력에 한계를 가진 만큼 상임위전체회의나 소위에서 집중 추궁,소야의 힘을 새롭게 축적하고 결국 표결처리되게 해 흠집을 남겨둔다는 게 평민의 전략이다.
재미있는 것은 평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문교 체육 상공 노동위가 어느 상위보다 먼저 추경소위를 빨리 구성했다는 것이며,안기부 예산이 포함돼 있는 일반예비비를 다룬 경과위도 여야간 큰 신경전없이 소위가 구성된 것.
하지만 이런 사정에도 불구,상임위 심의과정에선 여야 힘겨룸양상이 뚜렷해 만장일치에 의한 소관부처예산안 통과가 어렵게 되자 민자당지도부는 6일 표결처리를 통해서라도 이날중 예산안을 예결위로 넘기도록 지시했다.
곁들여 박준규국회의장은 이날 각 상임위원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6일까지 예비심사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귀 위원회의 요청을 허가하니 이 기간내에 예비심사를 끝내달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관련,여야는 이날 각각 「야당은 예산심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와 「90년 추경예산의 문제점」이란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는등 「장외홍보」에도 안간힘.
민자당은 여기서 『이번 추경은 경제난 타개와 국민생활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것인데도 트집과 강변으로 예산심의를 방해ㆍ지연시키고 지자제와 연계,정치예산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국민배신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5월까지 정부부문에서 5조2천억원의 통화가 환수된 만큼 추경편성을 「통화관리 포기」 운운하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
반면 평민당은 『올해는 추경을 편성않는다는 약속을 해놓고 이제와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번 추경은 예산회계법 원칙에도 반하고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불요불급한 정권유지성 지출이므로 전면 보류하고 9월 정기국회서 본예산과 함께 다뤄야 한다』고 공박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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