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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변신 압력속 존속명분 부심/16개국 정상회담 배경ㆍ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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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변신 압력속 존속명분 부심/16개국 정상회담 배경ㆍ전망

입력
1990.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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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동맹체」전환 합의 어려워/「전략 수정ㆍ군축」미ㆍ영­서독대립/「전유럽안보체」미온적… 대 바기구 불가침 선언할 듯5일 개막된 나토 16개국 정상회담은 동ㆍ서냉전시대의 종식에 따른 나토의 향후 운명을 결정할 역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번 회담은 유럽분단의 종식을 의미하는 동서독통일이 임박하고,나토의 가상적인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사실상 와해돼 버린 시점에 열렸다.

이에 따라 동서군사대결 체제속에서 탄생한 나토도 그 위상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강한압력을 안팎으로부터 받고 있고,이것이 이번 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독일통일 이후 신유럽질서에 대한 나토의 통일입장을 마련하기 위해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문제 ▲동서군축 ▲나토위상조정 ▲유럽공동안보체제구축 ▲대소경제지원 등 폭넓은 의제를 다룬다.

나토정상들은 이들 의제중 특히 소련이 반대하고 있는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부시 미대통령은 이미 그 구체적방안의 하나로 핵무기 선제사용을 규정한 나토방위전략을 수정,핵무기가 「최후의 선택수단」이 되도록 하고 유럽배치 미핵포탄을 전면 철수할 것등을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이 철수를 제안한 1천5백기의 핵포탄은 유럽배치 미핵무기의 절반에 해당한다. 한편 지난 67년 수립된 나토방위전략은 소련의 공격이 있을 경우 즉각 핵무기로 선제 공격하는 「유연반응」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나토정상들은 이와 함께 군사동맹체에서 정치동맹체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해 불가침선언을 하는 문제와 통일독일의 군사력 제한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제안들은 일단 대부분의 나토국가들이 동의하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결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통일독일의 군사력 제한문제는 소련측이 25만명 이하로 감축을 주장하고,서독측은 40만명선으로 감축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비해 나토회원국들은 동서재래식무기감축(CFE) 협상과 연계돼 감축수준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구체적 감축선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또 소련이 주장해온 전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주축으로 한 유럽공동안보체제 구축 문제에 대해서도 나토의 공식입장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그동안 소련과 서독측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나토측은 비교적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CSCE가 유럽의 주도적 안보기구가 된다면 나토는 그 존재가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토정상들은 CSCE의 기능강화원칙에 합의하더라도 구체적인 기능강화 방안논의는 뒤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원국들이 주장하는 나토의 정치동맹체로의 전환문제도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은 나토의 군사동맹으로서의 존속이 유럽에 미군과 핵무기를 계속 주둔시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에 나토의 탈군사화에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영국의 대처 총리도 비슷한 입장에서 기존 나토방위전략의 수정이나 군사력감축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회담은 유럽안보에 관한 소련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통일에 유익한 나토위상변화를 유도하려는 서독과 이에 반대하는 미국 및 영국간에 상당한 의견대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의견대립은 특히 유럽배치 핵무기 감축문제와 대소 경제지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독은 자국배치 미단거리핵무기의 철수를 위해 동서핵감축협상이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빈에서 진행중인 CFE협상이 끝난뒤 핵무기 감축협상을 갖자는 주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서독과 심한 마찰을 빚은 끝에 서독배치 단거리 핵무기의 현대화를 포기했지만 대신 90년 중반에 항공기적재 신형 핵미사일을 서독에 배치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서독과 미국이 또 한차례 대결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오는 12월 전독총선을 앞두고 있는 콜 서독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양보할 수 없는 절박한 입장에 처해 있다.

대소 경제지원문제 또한 최근 서독이 EC 국가공동으로 1백50억달러를 소련에 지원하자고 제안한 것을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서 소련이 군사비를 대폭 삭감하면 경제지원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다소 유연한 반응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복잡한 상황과 관련,이번 나토정상회담은 나토의 위상변화를 모색하면서,동시에 존속명분도 찾아야 하는 「고통스런 회의」로 일컬어 지고 있다.〈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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