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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18년/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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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18년/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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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7월4일 상오 10시 한국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의 김영주 노동당조직지도부장은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남북공동성명을 동시 발표했다.외세의존없는 평화적통일,남북조절위 구성,서울­평양간 직통전화가설등 7개항의 내용을 담은 7ㆍ4성명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부장이 평양을 4일간 방문하여 김일성과 두차례 회담을 가졌으며,북한의 박성철 부수상이 서울에 와서 박정희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4반세기동안 막혔던 대회의 문이 열리고 통일의 그날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듯한 흥분의 도가니에 전국이 빠져드는 듯 했다.

그로부터 벌써 18년이 지났다.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당시의 감격과 기대는 지금 어떻게 되어있는가,통일의 발걸음은 어디까지 가 있는가,남북관계는 얼마나 나아졌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자랑스럽게 떳떳이 내어놓을 만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는 것같지 않다. 지난 18년동안 무엇을 했노라고 내세울만한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모두 통일대업앞에 부끄러울 뿐이다. 18년이면 긴세월인데 아무것도 한일 없이 허송했다는 것은 남북이 똑같이 민족앞에 죄악을 범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죄책감은 남북대화의 당사자들도 절실히 느끼는 모양이다. 남북고위회담 예비회담을 위해 3일 판문점에 나타난 백남준북쪽 대표단장은 『18년전 7ㆍ4남북공성명이 발표될 당시 동서독 기본협정이 발표돼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고 회고하면서 『이제 동서독과 남북예멘은 통일을 이룩하고 있는데 우리는 해놓은 일이 너무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생트집이나 일삼는줄 알았던 북쪽 대표의 솔직한 반성에 우리도 할말을 잃게 된다.

남쪽의 송한호 수석대표는 『7ㆍ4공동성명당시 서울에 와있던 서독 내독성의 슈바움국장이 동서독보다 남북한이 먼저 통일될 것이라며 부러워했다』고 회고하면서 『그런데 현재의 상태는 오히려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고 제자리걸음만 거듭해온 남북관계를 개탄했다.

송대표는 또 『남북대화가 중단된 지난 5개월간 동서독은 경제적 사회적통합을 이룩했다』면서 『우리만이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는 불행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북쪽에 촉구했다.

남북대표의 말대로 통독작업이 한창인 동서독에 비하면 우리는 남과 북으로 사람들이 몇차례 왔다갔다한 것 이외는 해놓은 일이 없다. 18년간이나 문을 열어 놓고도 불신의 벽만 높이높이 쌓아올렸을 뿐이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수 없을 지경이다.

이제 5개월만에 끊어졌던 대화가 다시 시작된다니 그나마도 반갑다. 세계는 지금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한반도만은 그동안 있는둥 마는둥하던 형식적인 대화마저 단절시켜버렸다니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면목이 없다. 앞으로도 이런 창피한 꼴로 계속 망신만당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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