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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입고 마시는 경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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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입고 마시는 경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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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부문의 수요확대 우려된다작년말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이 2만1천달러이고 일본이 2만3천달러,우리나라는 5천달러였다. 이러한 1인당 국민소득에 의하면 일본사람들이 미국사람들보다 더 잘살고 우리는 이들 나라보다 훨씬 못사는 것같은 생각이든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란 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한 통계수치이므로 위와 같은 생각은 한국과 일본사람들이 자기네 나라에서 번돈을 전부 달러로 바꾸어 미국에 가서 생활한다면 맞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사람이 그냥 일본에서 돈을 쓴다면 높은 물가때문에 오히려 생활수준이 미국에 비해 훨씬 미달한다. 이와 같이 물가수준을 고려한면 일반적으로 일본사람의 소득은 미국사람의 4분의 3인 약 1만5천달러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5천달러의 국민소득을 가지고 이들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는 미국에서 오래 살다 한국을 방문하는 교포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아직도 미국에 비하여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먹고 입고 마시는 생활을 보면 미국에 못지 않거나 오히려 더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것은 유명상표에 멋진 옷들이고,게다가 먹고 마시는 수준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아직도 우리의 물가가 낮아서 5천달러 소득을 가지고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잘살 수 있다는 것이고,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소득에 비해 걸맞지 않게 먹고 마시는데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 되겠다.

이를 위해서 최근 우리 경제의 구조 및 고용동향을 보자. 먼저 고용동향을 보면 금년 4월중 경제활동인구는 전년동월에 비하여 40만명이 증가한데 반하여 취업자는 46만명이 증가하여 실업률은 낮아졌다. 그런데 이를 부문별로 보면 사회간접자본 및 서비스부문에서 66만명이 증가하였다. 이는 지난 1년동안 증가한 취업자수가 46만명이므로 농림어업부문과 광공업부문에서 20만명 이상이 서비스부문으로 유출되었다는 결과가 된다. 결국 최근 제조업 분야의 심각한 인력난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의 경제구조를 보면 광업 및 제조업이 70년에 전체 경제활동의 22.4%에서 거의 매년 그 비중이 증가하여 88년에는 33.2%에 달하였으나 89년에는 오히려 1.3% 감소한 31.9%에 그쳤다. 또한 각 부문별로 성장기여율을 보면 88년에 농림어업부문이 6.5%,광공업부문이 37.4%이던 것이 89년에는 농립어업부문은 마이너스 1.0%를 기록하였고,광공업부문은 18.4%로 반감하였다. 반면에 서비스부문은 88년에 58.1%에서 89년에는 무려 82.8%로 급증하여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상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물가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서비스부문의 가격상승은 다른 원가상승요인을 제쳐놓고도 우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때 가격상승이 발생한다는 경제학의 가장 원론적인 이론에 의해서도 당연한 결과이다. 즉 금년 상반기중 주요품목의 가격변동을 살펴보면 공산품에서는 시멘트(58.4%) 숙녀복(16.2%) 티셔츠(12%) 등 몇가지만이 10% 이상이고 평균 3%가 증가한 반면,개인서비스 부문에서는 가정부임금 22.8%,미용료18.1%,목수임금 16.7%,설렁탕 13.1% 등 대부분이 10% 이상으로서 평균 11.9%의 인상률을 기록하였다. 결국 우리는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가격으로 서비스부문을 구입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쓴 것이다.

한편 소비가 미덕이라고 까지 하던 미국에서는 요즘 『어느 나라든지 제품생산을 잘해야 잘살 수 있다』는 논의가 한창이라고 한다. 즉 미국이 과거와는 달리 잘 만드는 물건이 없고,그러다 보니 일본이나 유럽의 경쟁기업에게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부분이 속출하고 있으며,이제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에게까지 위협을 받게되어 경제가 쇠퇴하지 않느냐 하는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걱정이 이제 우리에게도 강건너 불구경만은 아닌 것 같다. 즉 우리 경제에서 계속 서비스의 수요가 급속히 증대하고 더구나 제조업이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산업만이 독주하여 생산보다 소비에 치중하게 된다면 미국의 걱정이 우리에게는 더 빨리 현실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를 계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서비스부문의 수요확대를 억제하고 한정된 인력과 자본을 제조업분야로 유입되도록 함으로써 좋은 제품이 생산될 수 있는 기반부터 다져야 하겠다. 일시적 경기불황의 극복을 위해서는 서비스부문의 활성화도 도움이 되겠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제조업부문의 성장을 통하여 경제성장이 이룩되어야 하겠다.

물론 경제발전의 목적이 잘 먹고 잘 입는 것이지만 우리는 과연 지금 5천달러라는 1인당 국민소득에 걸맞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가 모두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서비스부문의 급속한 팽창을 억제하고 경제가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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