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ㆍ문화적 전통 공유… 독어 상용국/스위스 독자성 강하나 통합유럽서 소외 우려/오스트리아 서독자본 침투 심각… 합병경계론 고조동ㆍ서독이 완전통일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인접 스위스와 오스트리아가 독일의 강력란 「흡인력」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 독일과 역사ㆍ문화 전통을 공유해온 두나라는 과거와 같은 독일의 무력침공이 아닌 문화ㆍ경제적 영향력의 팽창으로 자칫 국가적 정체성을 잠식당할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두나라가 독일과 역사ㆍ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스위스 국민의 3분의 2,그리고 오스트리아인 대부분이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스위스의 국민적영웅 빌헬름ㆍ텔에 관한 문학작품중 가장 유명한 것은 독일작가 프리드리히ㆍ실러가 쓴것이다.
또한 1918년 붕괴된 다민족국가 합스부르크 제국에서 떨어져 나온 독일어 상용국 오스트리아는 독립이래 줄곧 독일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아돌프ㆍ히틀러가 오스트리아출신이란 사실은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두나라중 스위스는 역사적 전통과,알프스 산맥으로 폐쇄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국가적정체성에 대한 의식이 확고한 편이다. 남부독일과 현재의 스위스에 정착했던 알레마니족의 후예들인 스위스 독일인들은 일찍부터 자치적 전통을 배양,오늘날 내부적으로는 지방분권적 자치와,외부적으로는 무장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알프스산맥이 제공하는 천연적 장벽은 언어등 문화적 측면에서도 독자성을 유지하게 하고있다. 「슈비처뒤추」로 불리는 스위스의 독일어 사투리는 중세 독일어 형태를 그대로 유지,독일인들은 거의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스위스인들은 통일독일에 의해 지배당할것을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위스는 「통합유럽」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스위스는 유럽공동체(EC)참여를 위해 중립을 포기할 것인지를 심각히 논의하고 있다.
스위스는 현재 수입의 70%,그리고 수출의 56%를 EC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92년의 EC시장통합에 대비,스위스기업들은 EC회원국의 기업매입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할때 독일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스위스는 독일과의 유대강화가 불가피 하겠지만,그것은 어디까지나 통합유럽의 골격을 기반으로 할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와는 달리 오스트리아는 통일독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일부 오스트리아인들은 이미 오스트리아가 서독의 식민지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경고는 25만명의 일자리를 독일기업에 의존하고 있고,국내 직접 투자의 40%가 독일자본이란데서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4년 사이에 오스트리아 전체 신문발행부수의 70%에 해당하는 일간신문을 독일의 언론재벌들이 장악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1938년 나치들의 오스트리아병합을 스스로 지지했던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후 독립국가 의식을 구축하는데 진력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오스트리아인들의 노력은 독일인들에게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날 오스트리아인들은 서독이 오스트리아까지 포함시킨 「거대독일」형성을 꿈꾸고 있지 않는가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헬무트ㆍ콜서독총리가 『체코ㆍ폴란드 및 헝가리와의 국경을 개방한다』고 선언한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동ㆍ서독은 헝가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콜이 말한 헝가리와의 국경은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이다.
오스트리아인들은 특히 카를ㆍ디트리히ㆍ에르트만 등 보수적 독일사학자들이 동ㆍ서독과 오스트리아를 『세개의 정부,두개의 국가,한민족』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인들도 EC참여를 경제적장래 타개의 방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EC가 독일외에 또다른 독일어 상용 국가를 받아들일지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빈외교연구원의 알프레트ㆍ미숑원장은 『우리가 독일의 「위성국」이 아니라는 점을 유럽국가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군이 빈에 다시 진주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인들은 새로운 형태의 병합 즉,경제적병합을 두려워하고있는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오스트리아주간지 「프로필」은 특집기사에서 『콜이 우리를 삼킬 것인가?』라고 자문했다. 그리고 『물론이다. 우리가 극히 경계하지 않는다면』이라고 자답했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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