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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땅도… 사람도 다시 하나로/베를린엔 “축제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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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땅도… 사람도 다시 하나로/베를린엔 “축제의 물결”

입력
1990.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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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명 폭죽ㆍ샴페인ㆍ경적속 “통독 만세”/지하철 재개통… 검문소 일제 철수/휴지된 동독지폐 뿌리며 환호도/본지 김영환특파원 통합의 현장을 가다분단 독일이 실질적으로 하나가 된 1일 0시 베를린은 일순에 축제의 도시로 변했다.<관련기사2면>

이날 동베를린 중심부 알렉산더광장 시계탑의 대형시계가 자정(한국시간 상오 7시)을 가리키자 광장을 꽉메운 수만명의 동베를린 시민들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폭죽과 샴페인을 터뜨리며 공산체제 종식과 양독의 경제사회통합을 자축했다. 자동차 경적이 일제히 울리자 군중들은 두 팔을 힘차게 하늘로 뻗으며 사실상의 통일을 기뻐했으며,이제는 역사의 유물로 변해버린 동독지폐를 공중으로 흩뿌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 지폐에 새겨진 카를ㆍ마르크스의 초상이 군중의 발길에 밟히고 환성은 끝없이 계속됐다. 반세기동안 마르크스주의의 질곡에 묶여있던 동독인들의 얼굴에는 환희의 빛이 충일했다.

지난해 11월 분단의 상징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날 동독인들이 흘렸던 한서린 눈물과 통곡의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기쁨과 기대로 가득찬 축제였다.

이날 0시를 기해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전역의 동서독간 국경도 전면개방됐다. 지난 22일 이미 서방측 검문소가 철거된 체크 포인트 찰리 등 베를린장벽의 모든 동독측 검문소에서는 경비병력들이 검문소표지를 떼내고 일제히 철수했다. 그러나 동베를린 시민들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검문소 철거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경비병력들만이 신호권총을 쏘는 것으로 어두운 역사의 종식을 자축했다.

동서독간의 경제화폐통합협정이 발효된 0시직전 알렉산더광장의 구 동독전력성 건물에 있는 서독 도이체방크­동독 크레딧은행 합작은행의 지점앞에는 무려 1만여명의 동베를린 시민들이 줄을 지어 역사적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광장 곳곳과 인근 상가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축제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0시 정각,은행문이 활짝 열리자 군중들은 물밀 듯 은행창구앞으로 밀려 들어갔다.

여러명의 부녀자들이 소란속에 졸도하는 소동이 벌어졌고,은행직원들은 경찰순찰차의 스피커로 『돈은 충분히 있으니 서둘지 말라』고 외쳤다.

대열선두에 서있던 석탄배달부 한스ㆍ요하임ㆍ코르살레(41)란 동베를린 시민이 서독마르크를 교환해 받은 최초의 동독인이 됐다.

그는 2천마르크의 서독지폐와 함께 축하금 1백마르크,그리고 한아름의 꽃다발을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가족을 데리고 서독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기뻐했다.

순서를 기다리던 한 주부는 『다시는 이같은 줄서기가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제 무엇이든 살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행앞의 줄은 줄어들기는 커녕 길어지기만 했다. 브란덴부르크문에서 도심으로 나있는 운터덴린덴거리를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던 젊은이들과,거리의 카페에서 축하파티를 벌이던 시민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었다.

전날밤까지 동독상품들을 바겐세일하거나 치워버리고 서독상품들을 가득 들여놓은 상점들은 아직 문을 닫은 채였다. 그러나 서독마르크를 손에 쥔 동베를린 시민들이 상점앞마다 몰려 닫혀진 정문틈새로 상점안의 서독물건들을 구경하는 광경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알렉산더광장의 축제분위기는 상오 11시 베를린장벽에서 단절됐던 동서베를린의 지하철이 재개통되면서 다시 고조됐다. 발터ㆍ몸퍼서 베를린시장과 티노ㆍ슈비에르치나 동베를린시장,그리고 수많은 동서베를린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베를린 반제역을 떠난 지하철은 장벽밑을 불과 5분만에 지나 동베를린 쾨니히스우스타하우젠역에 당도했다. 이어 50분후에는 동베를린을 떠난 지하철이 반제역에 도착,동베를린 시민들을 쏟아놓았다. 동서독이 「분단의 중심」에서부터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동베를린 은행앞의 환희는 이날 상오 9시 동독전역의 1만개 환전소가 일제히 문을 열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대도시에서 시골마을에 이르기까지 동독인들은 이제 서독마르크를 쥐고 「독일인」이 된 것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동독국경 경비대는 멀지않아 5만명에서 6천명수준으로 감축돼,체코등과의 국경으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동서독은 아직 별개국가로 남아 있다. 그러나 화폐를 비롯한 모든 경제 사회체제가 통합되고 국경마저 사라진 지금 독일은 하나다.

드메지에르 동독총리는 이날 미리 준비된 TV방송연설을 통해 『고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면서 『서독에 감사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5년내에 동독에도 번영이 찾아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우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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