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초전 과열… “시계제로” 여전/야 설득ㆍ상위 강행 양면전략/파행운행에 곤혹 역력… 일부선 합당회의도 민자13대 들어 처음으로 국회공전사태를 가져왔던 87년도 서울시 예산의 대통령선거비용 전용문제를 놓고 여야는 후속대응에 부산한 움직임들이다.
민자당은 「사실을 분명히 밝히겠다」는 원칙을 되풀이 하면서 문제를 일단락 지을 수 있는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중이고 평민당은 모처럼만에 호재를 잡았다는 판단아래 쉽사리 정치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이다.
민자당은 조기수습의 필요성에 쫓겨 성급한 대응을 했다가는 오히려 문제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고 평민당은 국회의 파행운영이 장기화될 경우 공세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아래 국회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적절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 국회의 주전장이 회기후반의 상임위활동과 지자제선거법과 국군조직법,그리고 개혁입법 등 쟁점법안에 있음을 감안하면 여야의 대응책 모색은 어디까지나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섣부른 대응은 자제
▷민자당◁
책임있는 국회운영을 호언하며 임시국회에 임했던 민자당은 서울시예산전용시비로 초반부터 도를 넘는 파행을 맞게되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29∼30 양일간에 걸쳐 잇단 대책회의를 갖고 평민당을 달래고 유인할 수 있는 묘방을 모색했으나 「근심」들만 나누는 정도. 더구나 당 일각에선 『몸집만 컸지 힘은 뒀다 뭐하느냐』는 강경목소리가 지도부를 힐책하는가 하면 딴쪽에선 합당에 대한 회의론도 심상찮게 제기돼 또다른 당내 갈등의 소지를 낳고 있다.
민자당은 예산전용과 관련,「선 사실확인 후 행정위보고」가 합리적 안인데도 평민당이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며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은 민자당의 힘을 시험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섣불리 대응해 평민의 수에 말리기보다 이에 아랑곳없이 상임위활동등 예정된 의사일정을 밟겠다는 생각이다. 쟁점법안 심의까지 마다할 명분이 약하고 본회의와 달리 16개 상임위가 일제히 열리면 평민당의 전열도 분산,약화될 수 없으리라 보는 것이다. 이와함께 당3역회담등을 통한 평민당 설득을 병행,의사진행 방해의 속셈과 계산을 읽은 뒤 대처카드를 마련한다는 입장.
그러나 평민당이 이미 의원들을 3개조로 나눠 쟁점상위인 내무ㆍ국방ㆍ법사위에 집중배치해 놓고 민자당의 일방의사진행을 실력저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민자당의 방침은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어 고민이 더해지는 것이다.
민자당의 또 다른 고민은 평민당의 공세를 힘으로 맞받아쳐 파행적 국회운영이 계속되면 결국 최종적 책임은 거대여당의 정치력부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합당에 대한 의문부호를 가중시키게 될 것이란 판단에도 있다.
30일 청와대 수뇌부회동에서 『평민의 예산변태지출 주장을 조속히 확인,온당한 처리방안을 마련키로』한 것은 평민당에 더이상 무대를 제공해 주지 않겠다는 복안의 하나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측의 사실공개 수위가 향후 국회운영을 좌우하게 되겠지만 이번 본회의 공전과정에서 드러난 속사정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바꿔말해 예산전용시비에 따른 국회공전은 합당정국의 무기력을 강조하기 위한 평민당 전술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 우선 군조직법ㆍ지자제선거법ㆍ광주보상법 등의 심의를 앞두고 평민당의 내부전열정비를 위한 워밍업이 필요했다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이들 법안처리와 관련,민자당으로부터 어떤 양보를 얻어내려는 속셈이 담겨있다고 민자당은 보고있다.
특히 내각제개헌 논란으로 민자당의 틈새가 벌어지는 현실에 편승,국회공전을 통해 내부분란을 가중시키겠다는 평민당의 복선이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민자당 지도부는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대처수단이 마땅치 않아 더욱 난감한 표정이다. 예산전용시비 자체야 5공 청산과 한묶음으로 묻어버릴 수 있다해도 이번의 국회공전 전후사정에서 보듯 결과적으로 평민당에 떠밀려 예정된 국회운영을 그르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당장 추경예산 심의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평민당이 예결위 명단조차 내놓지 않아 예결위 구성도 못하고 있기도 하다.
민자당은 앞으론 평민당의 「투정」을 더이상 받아 줄 수 없으며 「원칙대로」 국회를 이끌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전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지자제ㆍ군조직법 주전장화/“구태” 비난신경 장기공전 꺼려… 여 대응 주시 평민
○“총리사과 양보 못해”
▷평민당◁
국회를 이틀간 공전시킨 여세를 몰아 이번 사건이 단순한 서울시 예산의 대통령선거비 전용차원이 아니라 국가예산 5백52억원이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선심공세에 쓰여졌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게 평민당의 생각이다.
평민당은 87년에 책정된 특별기금 5백52억원의 대부분이 여권의 선거선심공세에 쓰여졌다고 주장하면서 문서로 확인된 1억6천만원의 전용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강영훈국무총리의 사실시인및 사과와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있는 입장을 쉽게 후퇴시키려 하지 않고있다. 다만 국정조사권 발동에 있어서는 정부가 1주일이 소요되는 자체진상조사를 한 뒤 사실을 분명히 밝힐 경우 신축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강총리의 사실시인과 사과는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평민당은 29일 밤 본회의산회직후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매듭이 없는 한 향후 의사일정에 합의해줄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또 김대중총재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평민당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책임을 지거나 물러나라는 게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다짐을 얻자는 것으로 이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예산전용을 맨먼저 문제삼았던 이해찬의원은 『대정부질문이 있고 나서 서울시의 관계자가 국무총리의 서면보고에 앞서 브리핑을 해왔는데 지적한 5곳의 전용부분중 3군데에 대해서는 꼼짝을 못하더라』고 말한 뒤 『나머지 2군데도 정밀조사를 해보면 사실로 판명될 것』이라고 자신있는 태도이다.
또 관심이 되고 있는 서류를 제시한 홍기훈의원은 『여당이 서류자체의 진위여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정확한 곳에서 관계서류를 입수했다』고 주장한다.
이와관련,평민당의 한 관계자는 『홍의원이 제시한 서류는 2백여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서류중의 하나』라면서 『2백여페이지의 서류가 단일문건이 아니라 문제된 부분만을 발췌한 것이기 때문에 서류원문을 찾아 정확한 진상을 가려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평민당은 2일에 있을 당3역회담등을 통해 여권의 태도를 좀더 지켜본다는 태도이지만 그리 쉽게 국회정상화에 합의해줄 것 같지는 않다.
평민당은 이번 국회가 시작될 때부터 본회의 대정부질문때까지는 국회가 일단 순항하겠지만 상임위 활동이 시작되고 지자제선거법과 국군조직법,그리고 개혁입법 등이 본격적인 쟁점으로 등장할 경우 국회가 시끄러울 것임을 예고해 왔던 터였다.
그렇다고 해서 평민당이 서울시 예산전용문제만을 가지고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까지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평민당은 이번 국회에서 초점을 지자제선거법 관철과 국군조직법 통과저지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으며 이를위해 명분과 여력을 축적해 가고 있는 중이다.
평민당은 30일과 1일등 국회가 쉬고 있는 동안을 이용해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할 것이며 이문옥 전감사관에 대한 보석결정등 새로운 변수도 국회정상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작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평민당의 국회전략은 국회공전이 가져올 이해득실을 저울질 해가며 손익분기점이라고 판단되는 시기를 택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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